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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로 인해 근원 인플레이션 3.5%까지 올라”
데이비드 메리클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3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기존 분석을 유지하고 있으며, 관세가 소비자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부과된 관세들이 초기 패턴을 따른다면, 이르면 가을부터 소비자들이 전체 비용의 약 3분의 2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 비난에도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나서 기존 전망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엘시 펭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까지 소비자들이 부담한 관세 비용은 22% 수준이지만, 향후 부담 비율은 67%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기업이 흡수하던 비용이 재고 소진과 함께 소비자에게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그는 전날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를 지목하며 “잘못된 예측을 한 이코노미스트를 교체하라. 아니면 (솔로몬 CEO의 취미활동인) DJ 활동이나 하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는 미국에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았고, 오히려 막대한 관세 수입이 재무부로 유입되고 있다”며 “대부분의 비용은 기업, 정부, 많은 경우 외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월가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최대 1% 감소시키고, 인플레이션은 1~1.5%가량 높일 수 있다”며 “이번 관세 인상 규모는 전후 미국 역사상 최대 수준으로,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로즈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관세가 소매가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근원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멈췄다”며 “기업들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 역시 “관세로 인해 근원 인플레이션이 연말까지 3.5%에 이를 것”이라며 “현재까지 소비자에게 전가된 비율은 전체 상승분의 약 25%에 불과하며, 향후 몇 개월간 상승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시장은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월 0.3~0.5% 상승할 것으로 본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표를 연 3% 중반대로 끌어올리는 수준이다.
단기적인 추가 불안 요인으로는 오는 29일 종료되는 ‘디미니미스’ 조항이 있다. 이는 800달러 이하의 수입 제품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제공했던 조치다. 이 경우 테무, 알리 등 중국산 제품이 저렴하게 유통됐던 통로가 막히며 소매 제품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
연준 금리 결정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일 것”vs“고심할 것”
이같은 물가 상승세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를 막을 정도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률이 일회성에 그치는 데다가 그 상승폭도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이것이 연준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실제 메리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물가 상승보다는) 노동시장 둔화에 더 주목할 것으로 본다”며 금리 인하 쪽에 무게추를 기울였다.
관세가 물가에 미치기는 하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블루칩 이코노믹 인디케이터가 8월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하반기 미국 GDP 성장률을 평균 0.85%로 전망했는데 7월 전망치인 0.75%보다는 다소 개선된 수치다. 보고서는 “일부 비관론자들이 ‘관세의 제약 효과가 일시적이며 내년엔 성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다.
반면 끈적한 물가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연준이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실제 클리블랜드 연준이 발표한 ‘고정가격 소비자물가지수’는 최근 세달 연율 기준 3.8%로 상승해, 2024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BNP파리바는 “물가 상승 압력이 상품을 넘어 서비스 가격으로도 확산하고 있다”며 “연준이 우려하는 ‘고착성 인플레이션’ 징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거스 포처 PNC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는 향후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7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과 함께 관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며, 근원 PCE 물가도 연준 목표를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은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지만, 물가가 예상보다 더 높게 유지된다면 연준의 고민은 깊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