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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친화 일자리 알고 보면 고학력 여성친화적
코로나 이후 20·30세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하 경활율)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와 30대 여성의 경활율은 올 1분기 각각 66.5%, 68.6%로 코로나를 겪었던 2020년 4분기(61.4%, 64.2%) 대비 5.1%포인트, 4.4%포인트 상승했다.
다른 연령층 대비 가장 눈에 띄게 상승한 것이다. 20·30대 여성 다음으로 경활율이 크게 높아진 계층은 50대 여성(3.3%포인트), 20대 남성(2.3%포인트)이었다.
노동시장 활황을 이끌고 있는 60세 이상 고령층은 남성의 경우 이 기간 경활율이 0.2%포인트, 여성은 0%포인트 상승해 큰 변화가 없었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도 20, 30세대 여성층의 경활율이 크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를 겪기 이전인 2016년 4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 3년간 20대, 30대 여성의 경활율은 각각 64.7%, 60.7%에서 63.5%, 64.9%로 각각 1.2%포인트 하락, 4.2%포인트 상승했으나 코로나를 겪으면서 경활율이 비교적 큰 폭으로 높아졌다.
월별로 보더라도 4월 20·30대 여성의 경활율은 각각 67.3%, 69.4%로 2020년 12월말 대비 6.6%포인트, 4.9%포인트 상승했다. 20·30대 남성의 경활율이 각각 57.1%, 88.4%로 이 기간 4.5%포인트, 0.4%포인트 상승한 것과 비교해도 큰 폭의 상승세다.
청년층 여성의 경활율이 높아진 것은 노동의 수요와 공급의 일치로 설명된다. 코로나로 인해 결혼과 출산이 미뤄지면서 청년층 여성을 중심으로 노동공급이 증가했고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 수요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고령친화적 일자리가 급증했는데 고령친화적 일자리가 고학력 여성 일자리와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동경제학의 대가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 메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작년 9월 ‘고령친화적 일자리의 증가(The Rise of Age-Friendly Jobs)’라는 논문을 통해 미국에서 1990년과 2020년 사이에 증가한 일자리의 약 4분의 3이 고령친화적 일자리인데 이 일자리에서 혜택을 얻은 계층은 젊은 여성과 대졸자라고 분석했다. 가장 손실을 입은 계층은 대졸 미만의 남성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 부연구위원은 “고령친화적 일자리와 여성 친화적 일자리의 특성이 겹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여성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경활율 등이 상승하는 것을 보면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청년층 여성들도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일자리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보건복지 서비스업에서 고령층은 단시간 일자리를 가져가고 고학력 젊은 여성들은 의사, 간호사, 치위생사, 물리치료사 등 전문직종에서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올 1분기 227만1000명으로 2020년 4분기 대비 17%(33만7000명) 증가했다. 정보통신업, 건설업에서도 51%, 22% 늘어났다.
◇ 날로 커지는 20대 남녀 노동시장 격차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고령친화적 일자리 역시 빠르게 늘어날 수 있는데 이런 일자리 증가가 여성 친화적 일자리 증가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대적으로 남성이 일할 만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노동시장에 첫 진입하는 20대 남녀의 경활율, 고용률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20대 남성과 여성의 경활율은 각각 63.4%, 64.3%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는데 작년엔 각각 62.2%, 66.8%로 4.6%포인트나 여성이 앞서게 됐다. 고용률도 마찬가지다. 2019년엔 남녀 고용률은 각각 57.3%, 59.0%에 불과했으나 작년엔 57.9%, 62.8%로 4.9%포인트나 여성 고용률이 높았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 이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호황을 보이면서 여성친화적 일자리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무역 분절화 등으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심해진 영향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제조업의 일자리 수요가 줄어들면서 특히 저학력 남성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감소하는 현상이 대두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은 미국 산업정책으로 자동차 기업 등이 미국 투자를 늘릴 경우 관련 중소기업도 함께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산업 공동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은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의 제조업 성장으로 인해 우리 제조업 고용이 추세적으로 줄어들면서 자영업자가 늘어났으나 이후 자영업 고용은 줄고 공공행정 및 복지 부문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며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제조업 공동화(hollowing -out effect)가 발생하게 되면 고용구조가 어떻게 재편될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