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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편향 이유로…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예술계 사전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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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I 2017.10.30 14:05:35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입수 자료 분석
국립예술단체 공연 사전 검열 정황 포착
김애란·김연수 등 해외 교류 사업서 배제
"새로운 사실 밝혀지는대로 공개할 것"

30일 서울 종로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관련 입수 자료 분석 브리핑에서 김준현 진상조사소위회 위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국립예술단체 주관 공연 작품의 사전 검열을 진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전 이사장이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한 증거,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에서 소설가 김애란·김연수 등에 대한 지원 배제를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30일 서울 종로구 KT빌딩 12층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소회의실에서 기자브리핑을 열고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관련 입수 자료 분석 및 한국문학번역원 해외교류사업 지원배제 사건’을 공개했다.

△연극 ‘개구리’ 사전 검열 통해 결말 수정

이날 브리핑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에서 작성한 ‘국립극단 기획공연 ‘개구리’ 관련 현안 보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에서 작성한 ‘장관님 면담 참고자료’ 등 블랙리스트와 연관된 문건 두 건이 공개됐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해에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국립극단에서 2013년 9월 3일부터 15일까지 공연한 연극 ‘개구리’(작·연출 박근형)는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 부녀에 대한 풍자를 담은 작품으로 블랙리스트의 시발점으로 불렸다. 그러나 2013년 9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립극단 기획공연 ‘개구리’ 관련 현안 보고’는 ‘개구리’의 공연 전부터 정부에서 작품의 주요 내용을 검토한 사실을 담고 있었다.

박근형 연출이 작품 제작 과정의 일부로 생각했던 결말 수정도 “일부 정치 편향적이라 오해될 소지가 존재한다”는 지적에 따른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조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전 국립예술단체 주관 공연에는 정치적 편향의 내용은 배제토록 협조 요청”한다는 내용도 향후 조치 계획 중 하나로 담겨 있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준현 변호사는 “이번 문건을 통해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국립예술단체 공연에 대한 내용 분석과 자체 검열이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향후 조사를 통해 국립예술단체에서 블랙리스트가 어떤 시스템으로 작동했는데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30일 공개한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전통예술과에서 작성한 ‘국립극단 기획공연 ’개구리‘ 관련 현안 보고 문건 일부(사진=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박명진 전 예술위원장 예술계 현황 보고

박명진 전 예술위원장과 박계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이사장이 블랙리스트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정황도 포착됐다. 2015년 10월 2일 예술위에서 작성한 ‘장관님 면담 참고자료’는 박 전 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블랙리스트 의혹을 부인한 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의 면담을 위해 만든 것으로 문화예술계 현장 동향을 담고 있다.

3페이지 분량의 문건에는 박 전 위원장이 직접 작성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블랙리스트 의혹 대처를) 비밀리에 진행 불가능” “검열이라고 프레이밍을 해놓았기 때문에 중도, 보수도 동조 거부 명분 상실” 등의 내용을 박 이사장의 지적이라는 표현과 함께 예술계 현황으로 보고했다. 김 변호사는 “예술위는 문체부에서도 예술지원을 가장 많이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다. 가능하다면 예술위 자체대 한 조사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번역원에서 2015년 북미한국문학회에서 미국 듀크대학에서 연 ‘북미한국문학행사’에 참가를 희망한 작가 김애란·김연수를 배제한 것, 2016년 ‘중국 항주 한국문학행사’에 작가 신경림·박범신·정끝별의 참가를 불허한 사실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작동했음을 확인했다. 번역원은 “정확한 불허 사유는 없었으며 상부 지시였다”는 답변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에 전달했다.

이원재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대변인은 “이번에 공개한 사례들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가 지원 배제 뿐만 아니라 검열의 형태로도 작동했다는 것, 박 전 위원장 등 예술단체 기관장이 블랙리스트 운영에 적극 공모했다는 것, 작가들의 해외 교류도 상부 지시에 따라 통제를 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앞으로도 추가 조사를 통해 밝혀낸 사실을 브리핑을 통해 보고하고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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