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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판사는 지난 1월 11일 저녁 식사 후 대법원 구내 운동장에서 탁구를 하다 저녁 7시 30분쯤 갑자기 쓰러져 심정지 상태가 됐다. 현장 및 이송된 서울성모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결국 숨졌다. 그는 평소 운동을 한 후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야근을 했고, 당시 그의 서울고법 사무실 컴퓨터는 켜져있던 상태로 알려졌다.
강 판사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윤준(63·16기) 서울고법원장은 업무 현장을 사진으로 촬영하는 등 현장 보존을 지시했다. 법관들 사이에서도 ‘사건을 남겨두지 않는 판사’로 유명했던 강 판사의 과로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유족 역시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공무상 재해로 인한 순직을 신청했다. 유족들이 제출한 자료는 1만 페이지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출된 서류 중에는 그가 사망 전 소속됐던 서울고법 가사 2부 재판장인 김시철(59·19기) 부장판사의 의견서도 있었다.
김 부장판사는 개인 의견서에 “강 판사는 누구보다도 판사의 업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서 업무를 처리했다”며 “강 판사의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고 남아 있는 저희 법관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이 작성한 경위조사서에는 강 판사의 출퇴근 시간 및 결재 신청 내역이 표로 꼼꼼히 정리돼 첨부됐다. 강 판사는 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퇴근했고 토요일에도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등 월등히 많은 초과근무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난 강 판사는 현대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200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12년 UC버클리에서 법학 석사 과정을 밟고 뉴욕주 변호사와 캘리포니아 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2011년 서울중앙지법 판사 재직 때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법관평가에서 만점을 받으며 우수 법관으로 선정됐다. 2020년부터 서울고법 판사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