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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가자지구를 지배 중인 하마스가 축출되면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으로 이뤄진 다국적군을 가자지구에 주둔시키는 방안을 미국과 이스라엘이 논의하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방안은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국가의 참여를 전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1979년 이스라엘-이집트 평화조약 당시처럼 가자지구에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거나, 유엔이 가자지구를 임시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공격을 본격화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하마스 이후 가자지구의 미래를 고심하고 있다. 하마스는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데 이스라엘 공언대로 하마스가 절멸하면 이 지역은 권력 진공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적어도 하마스와 같은 반(反)이스라엘 세력이 집권해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건 막아야 한다는 게 이스라엘 생각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의회에 출석해 하마스의 군사·통치 역량을 완전히 파괴하고 가자지구에 ‘새로운 안보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목표라고 밝혔다.
한때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을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강제 이주시키고 가자지구를 ‘무인지대’로 만드는 것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런 구상을 실현한다면 국제사회 규탄, 특히 아랍세계의 강력한 반발을 피할 수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통화하며 가자지구 민간인의 강제이주는 없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에 출석해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현상으로 돌아갈 순 없다”면서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통치·통제하는 것도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다국적군 파견도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가자지구에 미군을 보냈다가 일부라도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엄청난 정치적 역풍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다고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 중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가자지구를 막기기엔 부패와 무능 등으로 자치정부 인기가 바닥이라는 게 부담거리다. 유엔이 전후구상을 주도하는 것에 대해선 최근 유엔과 관계가 껄끄러운 이스라엘이 마뜩잖아 한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평화유지군으로서 미군을 가자지구에 파견하는 것은 검토·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