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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트닉 장관은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인근 클레이 타운에서 열린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신규 팹 콘크리트 타설 기념식에 참석해 “산제이(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좋아하지 않겠지만, 나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 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마이크론이 길을 열고 있으니 경쟁사들은 질투심을 느낄 것이고 결국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과 미국 내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날 마이크론은 2035년까지 미국 내 투자 규모를 2,500억 달러(약 377조 원)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욕주에 대규모 메모리 팹을 건설 중이며 아이다호주에서도 팹 신설이 진행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마이크론의 투자 결정을 환영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을 영위해야 할 곳이 바로 미국임을 분명히 했고, 세계가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며 “미국 투자에 지금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론 주가는 이날 장중 9.1%까지 급등한 뒤 4.52% 상승 마감하며 연초 대비 25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SK하이닉스의 나스닥 ADR 상장을 하루 앞둔 시점에 나와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SK하이닉스는 10일(현지시간)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 상장하며 최대 270억 달러(약 41조 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러트닉 장관은 이 조달 자금의 상당 부분을 미국으로 유치해 미국 중심의 메모리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기업들은 국내외 동시 투자 압박에 직면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호남권에 각각 425조 원과 400조 원, 합계 825조 원 규모의 메모리 팹 투자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미국 측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국내 투자에 비해 텍사스와 인디애나 등 자국 내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을 공략 포인트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약 370억 달러(약 57조 원)를 투입해 파운드리 제1팹을 구축 중이며 올해 하반기 가동을 앞두고 있으나, 미국 정부는 이미 부지가 확보된 제2팹에 대한 추가 자금 집행 구체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한편 러트닉 장관은 애플이 중국의 CXMT와 YMTC로부터 메모리를 구매하는 방안을 트럼프 행정부가 승인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했다.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시장에서는 러트닉 장관이 중국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에는 침묵하면서 한국 기업에는 투자 확대를 압박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구매를 허용할 경우, 중국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와 가격 경쟁을 통해 마이크론·삼성·SK하이닉스를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마켓잉크 장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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