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임시명세서 제도가 지난해 첫 도입·시행된 결과, 5G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디지털 신기술 분야의 특허 출원이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임시명세서는 특허 출원 시 PDF 등 다양한 형식의 임시명세서를 우선 제출한 뒤 출원일(우선일)로부터 1년 2개월이 되는 날까지 정식명세서를 제출하면 되는 제도를 말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임시명세서 제도는 지난해 3월 첫 시행됐다. 도입 1년 만에 임시명세서 월별 이용 건수는 지난해 4월 227건에서 올해 4월 730건으로 3.2배 증가했다.
이 제도 시행 전에는 특허 출원 시 처음부터 명세서를 규정된 서식에 따라 작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명세서 작성에 시간이 걸려 신속한 출원이 어려웠다. 특히 5G 등 통신기술과 같이 표준특허의 선제적 확보가 중요한 분야의 기업들은 국제표준화 회의가 이뤄지는 동안에 실시간으로 특허를 출원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그러나 기존에는 정규 명세서를 작성, 특허 출원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의 경우 미국의 가출원 제도를 이용해 미국에 빨리 출원한 후 미국 출원을 기초로 국내에 다시 출원하는 전략을 이용하기도 했다.
임시명세서는 제도 도입의 취지에 걸맞게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디지털 신기술 분야에 집중적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임시명세서 출원 중 기술변화가 빠른 통신(26.3%)과 컴퓨터기술(13.6%), 전자상거래(10.0%) 등 디지털 신기술 분야가 절반인 49.9%를 점유했다. 임시명세서 제도의 주요 이용자도 디지털 신기술분야의 기업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1·2위를 차지하고 있고, 제도 시행 이후 각각 1191건, 637건을 임시명세서로 출원했다. LG전자는 통신기술 분야에서만 984건(82.6%)을 임시명세서로 출원했다. 삼성전자는 통신(171건, 26.8%)과 컴퓨터기술(240, 37.7%) 분야에 주로 임시명세서 제도를 활용했다.
김지수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은 “우리 기업들에게 강점이 있는 통신·컴퓨터기술 등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신기술분야는 타 분야에 비해 표준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출원인 입장에서 신속하게 출원할 수 있는 임시명세서 제도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특허청은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우리 기업들이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기술패권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