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돌연사 가능성’을 주장하며 청구한 보석이 인용됐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된 지 349일 만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6일 “구속만기(4월 8일)까지 재판을 마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보증금 10억원과 주거지를 자택(논현동 자택)으로만 하고 외출은 허용하지 않았다.
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월 29일 담당 재판장과 주심 판사의 교체, 건강상의 악화 등을 이유로 보석을 청구한 바 있다.
재판부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의 변경 등 구속기한 만료까지 충실한 심리가 불가능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보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속 만기일에 선고한다고 가정해도 고작 43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며 ”심리하지 못한 증인 수를 감안하면 만기일까지 충실한 심리를 끝내고 선고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도주의 우려 방지’ 측면에서 구속기한 만료보다 보석이 효율적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내 재판이 끝나지 않으면, 오히려 석방돼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가 된다”며 “반대로 구속기간 만료 전 조건을 주고 석방(보석)하면 구속영장 효력은 계속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한 건강악화로 인한 ‘병보석’은 허가하지 않았다. 구치소 내 의료진으로도 이 전 대통령의 건강문제를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풀려나도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배우자나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 변호인을 제외하고는 다른 이들과의 접견 및 통신도 제한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재판부에서 제시한 보석 조건을 수용하면서, 이 전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을 대리하는 강훈 변호사는 “방어권을 위해 잘된 일”이라고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한편 재판부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백준 전 청와대 청무기획관 등 그동안 소환장 송달이 안 돼 불출석한 핵심 증인들에 대한 소환 의지를 강력히 내비쳤다.
재판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으로 중요성과 인지도를 고려할 때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은 증인들에 대해서는 서울고법 홈페이지에 이름과 증인 신문 기일을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출석하지 않은 증인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불응한 것으로 보고 재판부 직권으로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110억원의 뇌물수수와 349억원의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