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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회장은 이번 회의 참석자를 예년의 120여명보다 줄이며 ‘핀셋’ 전략을 강구했다. 그는 회의에서 ‘인공지능(AI) 시대’를 강조하며 삼성이 방향을 제대로 잡고 대응하면 반도체 사업에서 다시 없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저는 부문장인 동시에 여러분들의 선배”라고 강조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아내도록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부장들은 매크로 극복 전략, 사업 실적 현황·전망, 내년 사업 계획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이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DS부문의 메모리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 시스템LSI사업부 등은 지난 24~25일 이틀간 개별적으로 판매전략회의를 열고 상반기 사업을 되짚은 뒤 올해 하반기 전략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AI 시대 들어 주목받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2위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은 38%로 SK하이닉스(53%)보다 15%포인트가량 낮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3(4세대), HBM3E(5세대)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은 하반기 엔비디아의 품질 인증을 통과하고 납품 비율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차세대 HBM으로 꼽히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전략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오픈소스 솔루션 기업 레드햇이 인증한 CXL 인프라를 업계 최초로 자체 연구 시설에 구축했다. CXL은 고성능 서버 시스템에 중앙처리장치(CPU), 가속기, D램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첨단 인터페이스다.
AI로 고난도의 첨단 반도체 생산 수요가 높아지는 파운드리에선 3나노 이하 공정 로드맵과 수율 개선으로 고객사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대만 TSMC 61.7%, 삼성전자 11%로 50.7%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3나노(nm·10억 분의 1m) 공정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최초 적용하는 등 3나노 2세대로 TSMC를 추격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3나노 2세대 수율 목표치는 60% 이상으로 올 하반기부터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의 GAA 공정 양산 규모는 2022년 대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선단공정 수요 증가로 인해 향후 큰 폭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