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재 앞둔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에 영정사진 놓여

조민정 기자I 2022.12.14 18:11:25

녹사평역 이태원광장에 '시민분향소' 설치
유족 동의한 희생자 76명 영정사진 안치
생존자 10대 극단적 선택…'트라우마' 우려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이태원 참사’ 49재를 이틀 앞둔 가운데 사회 곳곳엔 여전히 사고 여파가 일상 속에 남아 있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남은 추모공간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달 12일 철수한 합동분향소가 있던 자리엔 유가족의 뜻을 모은 ‘시민분향소’가 마련됐다. 정부가 설치한 분향소와 달리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이 안치됐다. 다만 참사를 직접 겪고 살아남은 10대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아직 우리 사회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모습이다.

14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광장에 설치한 시민분향소 내부에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이 걸려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기록한 최강한파 속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은 14일 오전부터 시민분향소 설치를 앞두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늦어진 설치 작업으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모습을 드러낸 시민분향소엔 76명의 희생자 영정사진이 줄지어 안치됐다. 영정 아래에는 희생자 이름과 생년월일을 기록했다. 총 158명의 희생자 중 유족이 동의하지 않은 희생자는 국화꽃 사진으로 대체했다.

유가족들은 헌화를 시작하자마자 목놓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일부 유가족은 직접 자녀의 영정사진을 안치하면서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자녀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끌어안고 지켜보기만 하며 마음으로 오열하는 유가족도 있었다. 헌화를 마치고 나오며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등 잠시 정신을 잃은 안타까운 모습도 보였다.

고(故) 이지한 배우 어머니 조미은씨는 아들의 영정사진을 취재진에 보이며 “우리 아들이에요. 나라가 죽인 아들이에요”라며 “지한이를 잊지 말아주세요. 이 젊은 아이의 죽음을 잊지 말아주세요. 부탁합니다”라고 통곡하며 울부짖었다. 헌화를 시작한 유가족들은 한동안 분향소를 떠나지 못한 채 영정사진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전날 이태원 참사를 겪은 고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유가족뿐 아니라 생존자들의 ‘트라우마’ 우려도 더욱 커졌다. 고교생 A군은 전날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마포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발견됐는데, 현장 감식 결과 범죄 혐의점은 없었으며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로 전해진 A군은 당시 부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함께 간 친구 2명을 사고 현장에서 떠나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며 유족 의사에 따라 부검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참사 이후로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시민 추모공간은 일부 상인들의 반발로 철거 위기에 놓였다. 일부 상인들은 “지역 상권에 피해가 크다. 추모 공간을 옮겨달라”며 오는 16일 49재 행사가 진행된 다음날 추모공간을 직접 치우겠단 입장을 구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모공간은 자원봉사자들의 관리로 이어져 왔지만 궂은 날씨 속에 추모품이 줄고 비닐로 씌워져 운영목적이 다소 희석된 모습이었다.

용산구 관계자는 “구청 차원에서 철거계획은 없으나 상인들 입장도 있는 만큼 별도 추모공간 조성 등 유가족 측 대리인 등과 원만하게 조율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10월29일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해밀톤호텔 골목에 마련된 추모공간이 14일 비닐에 쌓여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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