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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헌화를 시작하자마자 목놓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일부 유가족은 직접 자녀의 영정사진을 안치하면서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자녀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끌어안고 지켜보기만 하며 마음으로 오열하는 유가족도 있었다. 헌화를 마치고 나오며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등 잠시 정신을 잃은 안타까운 모습도 보였다.
고(故) 이지한 배우 어머니 조미은씨는 아들의 영정사진을 취재진에 보이며 “우리 아들이에요. 나라가 죽인 아들이에요”라며 “지한이를 잊지 말아주세요. 이 젊은 아이의 죽음을 잊지 말아주세요. 부탁합니다”라고 통곡하며 울부짖었다. 헌화를 시작한 유가족들은 한동안 분향소를 떠나지 못한 채 영정사진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전날 이태원 참사를 겪은 고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유가족뿐 아니라 생존자들의 ‘트라우마’ 우려도 더욱 커졌다. 고교생 A군은 전날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마포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발견됐는데, 현장 감식 결과 범죄 혐의점은 없었으며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로 전해진 A군은 당시 부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함께 간 친구 2명을 사고 현장에서 떠나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며 유족 의사에 따라 부검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참사 이후로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시민 추모공간은 일부 상인들의 반발로 철거 위기에 놓였다. 일부 상인들은 “지역 상권에 피해가 크다. 추모 공간을 옮겨달라”며 오는 16일 49재 행사가 진행된 다음날 추모공간을 직접 치우겠단 입장을 구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모공간은 자원봉사자들의 관리로 이어져 왔지만 궂은 날씨 속에 추모품이 줄고 비닐로 씌워져 운영목적이 다소 희석된 모습이었다.
용산구 관계자는 “구청 차원에서 철거계획은 없으나 상인들 입장도 있는 만큼 별도 추모공간 조성 등 유가족 측 대리인 등과 원만하게 조율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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