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법 개정은 투자자들에게 환영받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함과 동시에 자국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투자 중심지로 입지를 강화하려는 사우디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조치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MISA) 장관이 법 개정에 대해 밝힌 포부다. 최근 사우디는 투자법을 개정해 외국자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와 관련해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정책 변화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주도로 시행되고 있는 국가 정책 ‘비전 2030’의 실현을 위해 더 많은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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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투자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의 전환이다. 사우디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MISA에서 간소화된 등록 절차를 거치고 라이선스를 획득하면 된다. 이때 전담 센터인 원스톱 서비스센터를 신설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등록, 기업 설립, 기관 심사 등 절차를 돕는다.
또한 국내와 외국인 투자자 간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외국인 투자법을 따로 둬 외국인 투자자에게 별도 요건을 적용했다. 이제 투자자 정의를 다시 세워 국내와 외국인 투자자를 모두 포함해 동등한 지위를 주겠다고 명시했다.
개정된 투자법은 MISA의 주도로 내년부터 시행된다. 그렇다면 투자법을 개정한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시행되고 있는 경제 다각화 정책인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비전 2030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자 2016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사우디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투자전략(NIS) 목표를 세웠다. 투자 수준을 2019년부터 2030년까지 3배 늘리고자 하는데, 이때 170억리얄(약 6조 2145억원)이던 FDI를 2030년 3880억리얄(약 141조 8373억원)까지 20배 이상 증가시키고자 한다.
사우디는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제도 마련에 공을 들였다. 예컨대 △투자자를 위한 비자 발급 △세금 감면을 위한 경제특구 지정 △회사법과 파산법 제정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사우디 투자 시장에서 FDI 비율은 지난 2017년 75억달러(약 9조 9975억원)에서 지난해 193억달러(약 25조 7269억원)로 대폭 상승했다. 올해는 총 290억달러(약 38조 6512억원)에 달하는 외국자본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1분기 집계 결과 45억달러(약 5조 9976억원)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몇 년간의 노력에도 아직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유엔 무역개발기구가 내놓은 2024년 세계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이 도입한 신규 투자 정책과 비교해 제도 마련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이번 투자법 개정은 글로벌 관행에 맞게 FDI 관련 법률을 조정해 더 많은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