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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환경부 등이 추진한 대체매립지 공모가 실패하자 박남춘 인천시장의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른 쓰레기감량, 자체매립 정책이 부각되고 있다.
21일 인천시에 따르면 환경부·서울시·경기도는 올 1월14일~이달 14일 수도권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수도권매립지(인천 서구 소재)의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한 입지 후보지 공모를 진행했다. 인천시는 대체매립지 공모를 반대해 참여하지 않았다.
공모 결과 신청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었다. 이로써 이번 공모는 실패했고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은 논의를 통해 재공모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환경단체는 하루 수천톤이 발생하는 서울·경기지역 쓰레기를 한 곳에 매립하기 어렵고 그러한 대상지를 선정하거나 주민 동의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재공모를 해도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박남춘 시장이 강조하는 ‘발생지 처리 원칙’에 힘이 실린다. 이 원칙은 쓰레기가 발생한 지역에서 해당 쓰레기를 처리하자는 것이다. 박 시장은 기존 수도권매립지에 서울·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묻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지난해 10월부터 이 원칙을 공론화하며 실행에 옮겼다.
◇인천시, 수도권매립지 종료 대비
수도권매립지가 있는 인천에서는 많은 시민이 20년 이상 쓰레기 운반 차량에 의한 소음·분진·미세먼지 피해를 입었고 매립지에서 나는 악취에 시달렸다. 1992년부터 운영된 수도권매립지는 지난해 하루 평균 서울지역 쓰레기 3272톤, 경기지역 쓰레기 3152톤 등을 반입했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수도권매립지가 2025년 종료되면 수도권에서 매일 수천톤의 쓰레기를 한 곳에 매립할 수 있는 장소는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것이다”며 “아무리 많은 지원금을 주고 편익시설을 조성해준다고 해도 환경피해가 막심한 대규모 매립지 부지를 제공하려는 지자체는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매립지 조성 소식이 들리면 해당 지역 주민이 반발할 것이다”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규모 매립지 조성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박 시장이 강조한 발생지 처리 원칙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천환경운동엽합은 “수도권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발생지 처리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며 “시·도별 자체 처리가 어려우면 쓰레기 감량 방안을 제대로 이행하고 그 뒤에 대체매립지 조성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시는 박 시장의 원칙에 따라 쓰레기 감량, 자체매립지 조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쓰레기를 자체 처리하려면 재활용품을 선별하고 폐플라스틱·폐비닐 등을 소각시켜 폐기물량을 줄여야 한다. 인천시는 현재 소각장을 3곳 이상 설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고 소각처리를 거친 소량의 소각재와 불연성폐기물(연탄재·폐토사 등)만 묻을 수 있는 자체매립지를 조성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박 시장은 발생지 처리원칙에 충실한 환경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을 시작했다”며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친환경 자원순환 도시 조성을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6년부터는 서울·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인천 수도권매립지에 묻을 수 없다”며 “인천시민은 더 이상 쓰레기 피해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시는 발생지 처리 원칙에 맞지 않는 대체매립지 재공모도 반대할 것이다”고 피력했다.
◇지자체간 ‘수도권매립지 연장 여부’ 갈등 불가피
그러나 서울시·경기도의 대체매립지 조성이 불가능해질 경우 수도권매립지 연장을 두고 지자체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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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경기도는 우선 대체매립지 조성에 협력하고 있지만 후보지를 찾지 못하면 차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수도권매립지 연장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 박남춘 시장과의 갈등을 예고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토론회에서 “인천의 쓰레기매립지가 그동안 잘 운영이 돼 왔는데 인천시가 여기에 난색을 표하면서 지금 상황이 매우 급박해졌다”며 “현재 서울에는 쓰레기를 매립할 장소가 없다. (인천시와) 협의를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오 후보의 생각 전환, 정책 변화를 요구한다”며 비판 입장을 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의 입장이 수도권매립지를 무조건 연장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수도권 쓰레기 문제는 서울시와 인천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 경기도를 포함해 4자가 논의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2015년 마련된 4자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발생지 처리 원칙 관련 정책과 대체매립지 조성 방안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도내 기초자치단체들이 발생지 처리 원칙을 준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대체매립지 조성도 노력하고 있다. 대체매립지를 찾지 못하면 수도권매립지 연장 등의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발생지 처리 원칙은 지난해 9월 환경부가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차원에서 제시한 것이다”며 “발생지에서 쓰레기를 처리하자는 취지이지만 부득이한 경우 시·도간 협의를 통해 대체매립지 조성 등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만간 서울시장, 인천시장, 경기지사의 양자 또는 다자 회동을 추진한다. 풍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며 “인천시가 반대한다고 해서 2025년 수도권매립지가 반드시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