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천 부천시장이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장 시장은 “8일 한 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본 58명 중 지금까지 9명이 코로나19 감염으로 확진됐다”고 밝히며 “집단감염의 결과는 무섭다. 수많은 접촉자를 남기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천의 교회에서 일어난 집단감염의 여파로 지금 부천의 요양병원 한 곳에 기저질환이 있는 142명의 환자를 포함한 164명이 격리돼 있다”며 “격리된 많은 사람이, 그 가족들이 공포에 떨어야 한다. 국민도 걱정이 크다. 확진자 본인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일 거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천시 관내 활동 중인 1183개 교회 전체를 점검했다”며 “아직도 많은 교회가 정상예배를 하겠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장 시장뿐만 아니라 각 자치단체장은 주일이 가까워질수록 “예배를 자제해달라”는 당부를 넘어 호소하고 있다. 또 주일마다 관할 지역 교회에 직접 가 ‘현장 점검’을 하기도 한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지난 15일 은혜의 강 교회에 집단감염 우려를 언급하며 “예배한다는 작은 교회들까지 현장 나가서 설득하고 오늘도 저희 9시부터 현장 나가서 점검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집단예배를 자제해달라.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솔선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내용을 다룬 기사엔 어김없이 비난 댓글이 쏟아진다. 대부분 종교나 신이 아닌 ‘모이는 사람’에 대한 원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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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이른바 감염병 스트레스의 요인은 ‘사람’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성인남녀 5037명을 대상으로 감염병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나 요인 중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 등 사람 많은 장소 등 사람 많은 장소에 머물러야 할 때’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복수 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 등 사람 많은 곳에 머물러야 할 때’ 감염병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답변은 89.3%였다. ‘마스크나 손 소독제 사용 등 위생에 대한 강박관념을 느낄 때’(59.4%), ‘직장동료나 고객, 지인 등과 대면해 대화해야 할 때’(33.7%) 보다 많았다.
마스크 구매할 때도 예외는 아니다.
경남 창원의 한 병원장은 자신의 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는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시민에게 ‘거리 두기’를 호소했다고. 다닥다닥 붙어 서 있는 이들의 간격이 너무 좁고, 심지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마스크 사러 갔다가 코로나19에 걸리겠다”는 하소연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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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를 하지 못해 출퇴근해야 하는 직장인에게는 붐비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 앞, 뒤, 옆사람이 무섭다.
“붙어서 떨어지면 또 붙고, 자꾸 와서 부딪히고 진짜 스트레스”, “2m 이상 거리 유지하라는데 아침에 지하철 타봐라. 0.2㎝ 이내로 붙어서 15분 이상을 간다”, “버스 타고 출퇴근 중인데 누가 감염된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매일… 코로나19가 걸려도 어떻게 걸렸는지 모를 것”이라는 등 댓글도 쏟아진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전염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할 수 없다”며 “과도하게 불안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권 부본부장은 “유럽의 질병관리기구는 증상이 있는 사람과 2m 이내에서 15분 이상 얘기를 하며 접촉을 했을 때, 세계보건기구(WHO) 등 각국 전문기구도 가족이나 직장 동료를 가까운 거리에서 접촉했을 때 감염 위험성이 높다고 본다”며 “(다만) 출퇴근길에 환자를 마주쳐서 감염되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낮게 본다”고 설명했다.
이는 구로구의 한 콜센터 확진자 일부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도권 교통망 내 감염 우려가 커지자 내놓은 입장이다.
하지만 누리꾼은 “교회는 위험한데 지하철은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확진자가 10분 정도 들른 곳도 건물 전체를 폐쇄하는 마당에 지옥철은 위험하지 않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 “엄마가 비닐장갑 끼고 출퇴근 하란다”는 등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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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을 포함한 ‘이불 밖에서’ 확진자의 접촉자를 가려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진호 인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한 매체를 통해 “방역 당국 발표가 (이번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에 따른) 대중교통 이용객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의도라고 하더라도 일반인들은 이를 호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집단감염이 확산하는) 이 단계에서 방역 당국이 시민을 상대로 대중교통 내 감염 위험성이 낮다고 얘기하는 건 잘못된 개인방역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방역 당국은 시민에게 방역은 최대치로 하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고 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게 더 맞다”고 강조했다.
또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2일 TBS ‘김지윤의 이브닝쇼’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안 되는 대중교통에선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출근 시간을 차등화해서 대중교통의 밀집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 편수를 늘려 차량에 타는 사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조해야 한다”면서 “직장을 꼭 다녀야 하는 분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꼭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