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가능성 커지자 대두되는 ‘개헌’...정계 밖으로 확산하나

박민 기자I 2025.01.20 16:35:48

與 “조만간 개헌 특위 구성해 자체 논의”
조기 대선 대비 국면전환 카드 내세운 듯
野 개헌 필요성 공감하지만 미온적 반응
단, 원외 정치인 비롯해 학계·전문가 확산
李대표, 여론 편승해 ‘개헌 택할지’ 관심

[이데일리 박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구속 국면을 맞아 여야 안팎에서 ‘개헌론’이 분출되고 있다. ‘12·3 비상 계엄 사태’를 통해 대통령에 권한이 집중돼 있는 문제점이 확인됐으니 이번 기회에 권력 구조를 개편하자는 요구다. 특히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계엄·탄핵 정국에서 국면 전환 카드가 필요했던 만큼 개헌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분위기다.

반면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에서 사실상 개헌의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최근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등 원외 주요 인사를 중심으로 개헌 목소리가 커지고, 학계와 시민사회까지 확산하고 있어 이재명 대표가 여론에 편승해 개헌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혐의 및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 관련 긴급현안질문이 열리고 있다.
◇권영세, “조만간 개헌 특위 구성해 자체 논의”

2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조만간 개헌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개헌 논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앞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부분의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불행한 일을 겪었는데 대통령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 자체의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그 제도를 고친 뒤에 대선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조만간 개헌 특위도 구성을 해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이어 “개헌을 해야지 불행의 악순환이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며 “(여권의) 정치 원로들, 헌정회 원로들도 찾아와서 개헌 문제에 대해서 국민의힘이 더 적극적으로 나와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국정 안정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여야정 초당적 협의체인 ‘국정협의회’에서도 개헌을 주요 의제로 제안해 논의를 하겠다는 복안이다.

개헌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원내뿐 아니라 원외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와 의회가 건전한 상호 견제로 균형 잡힌 국정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통치구조를 만들자”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개헌 논의를 제안했다. 그는 “지도자 리스크로 인한 혼란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나라 운영 시스템을 완전히 개보수해야 한다”며 “이제 민주당은 개헌 논의에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의 한 축을 맡은 광역단체장인 이철우 경북지사도 “대통령제를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고 국회도 일당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양원제로 개헌 정치체제를 교체해야 한다”고 개헌 필요성에 합세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정대철 헌정 회장 “대통령제 개혁 시급한 과제”

이러한 개헌이 실제 추진되려면 국회에서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등 야당의 동의가 필수다. 개헌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는데,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사실상 개헌의 키를 쥐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여당이 조기 대선 국면을 대비하기 위한 ‘정략적 카드’로 개헌 논의를 꺼낸 것으로 보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개헌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합의가 필수다. 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인 만큼 차기 대권 주자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헌론이 오랜 기간 여야 의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왔음에도 매번 불발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추진’을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지만, 이번 여당의 개헌 주장에는 함구(緘口)중인 상태다.

다만 민주당 원외 정치인을 비롯해 학계와 시민사회까지 개헌 이슈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도 ‘사법 리스크’ 등으로 중도층 지지를 얻는데 한계를 보이는 만큼 개헌 승부수를 던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야권 원로인 정대철 헌정 회장도 최근 언론사 인터뷰에서 “대통령제 개혁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현행 대통령 중심제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민주당에 개헌을 촉구했다. 김두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제왕적 대통령과 막강한 중앙정부의 권한을 책임총리와 내각, 국회와 지방정부에 이관하는 분권형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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