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배송원·검사…기관사칭 보이스피싱 위한 트루먼쇼"경찰, 주의 당부

손의연 기자I 2024.10.23 12:00:00

전화, 우편, 문자 등으로 기관 사칭 접근
경찰 "다양한 배역 맡은 범죄조직원들이 속여"
금감원 사칭해 범죄자금 환불해준다며 투자 유도하기도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60대 여성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검찰청ㆍ금융감독원 등 정부 기관으로 속이는 기관사칭형 수법으로 60대 이상 고령층, 특히 여성을 노리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청 (사진=이데일리DB)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관사칭형 수법의 건당 피해액은 4426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기관사칭형 피해 건수 중 1억원 이상 다액 피해 건수도 올해 1~9월 763건으로 전년 동기(281건)에 비해 172% 증가했다.

올해도 여전히 20대 청년층이 기관사칭형 수법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되나,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피해 비중은 54%로 감소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피해가 늘었다.

고령층 중에서도 특히 60대 이상 여성 피해자 비중이 높았다. 경찰은 고령층 경우 은퇴로 인해 사회적 활동이 감소하면서 정보가 부족해 피해가 큰 것으로 분석했다.

또 고령화에 따라 심리적 압박에 더 민감해지는 경향도 원인으로 꼽았다. 범죄조직은 이 점을 이용해 선한 역과 악역으로 역할을 분담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기도 한다.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전화ㆍ우편ㆍ문자 등 최초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나 결국 검찰이나 경찰ㆍ금융감독원처럼 정부로 속여 말하며 ‘범죄에 연루됐으니 무혐의를 입증하려면 자산 검수에 협조하라’고 속이는 특징을 지닌 전형적인 수법을 사용한다.

경찰 관계자는 기관사칭형 수법은 마치 다른 모든 등장인물에 의해 꾸며진 거짓된 삶을 살아가는 내용의 영화 ‘트루먼 쇼’와 비슷한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카드 배송원 △카드사 고객센터 상담원 △금융감독원 과장 △검찰청 검사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사실은 다양한 배역을 맡은 범죄조직원들이다. 이들은 피해자가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만든다.

이 앱을 통해 카메라와 녹음ㆍ위치확인시스템(GPS)의 위치 기능을 탈취, 피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내내 지켜본다.

경찰은 최근 수사 과정에서 투자리딩방 범죄조직이 새로운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징후도 포착했다.

범죄조직은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과 차장으로 속여 투자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 16일에 경찰청장이 중국 경찰과 협력해 대규모 국제 보이스피싱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금을 회수했습니다. 범인들은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를 유도해 심각한 손실을 입혔는데, 선생님의 송금기록도 확인이 됩니다”라며 메신저로 접근했다. 경찰청장이 실제 올해 5월 중국 공안부장을 만나 치안 총수회담을 했던 사실을 범행 시나리오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후 사칭범은 “금융감독원에서 범죄자금을 감독 중인데, 투자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들에게만 전액을 환불해 드리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신원증명과 구체적인 투자 정보를 제공하시면 본인 여부를 확인 후 사기 피해금을 모두 환불해 드리겠습니다”며 위조 사원증도 보여줬다. 피해자가 정보를 제공하면 피해 보상금은 가상자산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가짜 가상자산을 전송해주고 향후 가치가 폭등한다며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경찰청 마약조직범죄수사과장은 “기관사칭형처럼 전형적인 수법은 범죄 시나리오나 최소한의 키워드라도 숙지해두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잠깐의 시간을 내어 경찰청에서 공개한 시나리오와 예방 영상을 통해 범죄 수법 및 예방법을 익혀두고, 가족과 지인에게 공유한다면 평생 모은 소중한 재산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신·변종 수법이 확인되는 즉시 예·경보 메시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알릴 테니 국민께서 항상 세심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