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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하청 노조 관계자는 “구체적인 협의 조건은 밝힐 수 없지만 이날 파업 돌입 직전 사측과 교섭에서 의견일치를 이루면서 예정했던 파업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온시스템 대전·울산 사내하청지회는 한온시스템을 실질적 사용자로 보고 원청 교섭을 요구해 왔다. 한온시스템은 금속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 대상에 포함된 17개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한온시스템처럼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무리한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3월 노란봉투법 시행을 전후해 금속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사업장은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한온시스템·한국타이어·한국GM·동희오토 등으로 확대됐다. 지난 3월 기준 금속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 대상은 57개 지회, 약 1만7000명으로 늘었고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한온시스템·한국타이어·한국GM 등이 포함됐다. 특히 현대모비스에는 25개 지회, 7301명이 교섭을 요구했고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하청노조의 공동 대응도 본격화됐다. 지난달 24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금속노조가 신청한 현대모비스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을 개시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원청 대상 직접 파업은 법적 제약을 받게 되었지만, 금속노조는 중노위의 결정을 낡은 절차법에 갇힌 오판이라며 향후 원청 교섭 투쟁을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기 투쟁’과 연계해 더 공세적으로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희오토다. 기아의 경차 모닝과 레이 등을 위탁 생산하는 동희오토는 생산 조립라인 노동자 약 1200명이 모두 사내하청업체 소속인 구조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는 올해 초 12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참여해 원청인 동희오토에 교섭을 요구했다. 동희오토에서는 원청 교섭 자체를 둘러싼 법적 절차도 진행됐다. 금속노조는 한국노총 소속 노조와 별도로 교섭할 수 있도록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고, 노동위원회가 이를 인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지난 6월 동희오토의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동희오토 원청이 금속노조 동희오토분회와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한국타이어도 원청 교섭 요구가 실제 교섭 단계로 넘어간 사례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사내하청지회는 지난해부터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응하지 않자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냈다. 충남지노위는 지난 5월 한국타이어가 하청노동자의 근로 형태와 처우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한국타이어는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고, 지난 8월에는 사측과 하청노조가 실무협의를 거쳐 9월 직접 교섭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현대글로비스에서는 파업과 대체인력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대글로비스 하청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원청이 파업 노동자를 대신할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면서 노조가 반발했다. 노조는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파업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노조법상 대체근로 금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하청노조 파업에 대한 원청의 대응 방식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다.
자동차 업계에서 원청 교섭 요구가 잇따르는 배경에는 노란봉투법의 사용자 범위 확대가 있다. 개정 노조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한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경우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생산계획이나 작업방식, 안전·노동환경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완성차·부품 원청이 하청노조의 교섭 상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원청 교섭 요구가 단순한 교섭 창구 변화에 그치지 않고 부품 공급과 생산라인을 직접 겨냥한 쟁의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동희오토처럼 완성차를 직접 생산하는 위탁생산 업체부터 한온시스템·한국타이어 등 핵심 부품사, 현대글로비스 등 물류 계열사까지 원청 교섭 요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