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A씨 근처 옷가게 등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열고 장사하는 이른바 ‘개문냉방’ 중이었다. A씨는 “날씨가 워낙 덥다 보니 ‘안에도 시원하다’는 인식을 주려면 문을 열어 놓고 장사해야 한다”며 “전기세보다 장사 안 되는 게 더 무섭기 때문”이라고 머쓱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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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기상청에 따르면 9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 평년 대비 높은 기온이 높을 확률이 각각 60%, 40%으로 나타났다.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했던 8월에 이어 9월에도 늦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늦더위에 상점들의 ‘개문냉방’은 계속되고 있었다. 최근 이데일리가 찾은 홍대입구 등 서울 도심 곳곳에는 문을 열어 놓고 장사를 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홍대입구역 인근 상점(음식점 제외) 50여곳을 살펴본 결과 6곳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문을 열고 냉방기기를 가동하고 있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몰리는 옷가게나 화장품 가게, 기념품 가게 등이 개문냉방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문냉방을 하는 가게들은 관광객들이 더위를 피하려 들어왔다가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념품점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더위에 지친 외국 관광객들이 시원해서 들어왔다가 많이 사고 나간다”며 “주매출이 외국인들이다 보니 개문냉방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인들은 전기세가 걱정되지만 이어지는 폭염에 가게가 시원하지 않다면 손님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기념품을 판매하는 김모(37)씨는 “이렇게 문을 열어 놓고 장사하면 당연히 전기세가 20만원 정도 더 나올 것 같은데 물건을 팔려면 어떻게 하겠냐”며 “날씨가 미쳤는데 ‘여기와서 구경하다 가세요’라고 말하려면 내부가 시원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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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가 지속되며 전력수급엔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최대 전력수요는 20일(97.1GW(기가와트) 등 6차례 경신됐지만 정부의 여름철 전력수급대책으로 안정적으로 방어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늦더위로 인한 전력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발전소 정비 일정을 1~2주 미루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통상 다소 시원해지는 9월에는 발전기를 정비해 겨울철을 대비하지만 올해 늦더위가 예상되자 이를 미룬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개문냉방은 전력공급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해 6월 개문냉방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개문냉방 매장의 전력 소비량은 문을 닫았을 때보다 약 66% 증가한다. 그럼에도 상업용(일반용) 전기요금은 가정용과 달리 누진세가 적용되지 않아 자영업자들의 전기 요금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다.
에너지이용 합리화법과 시행령 등에 따르면 개문냉방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전력 예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는데 지자체는 여기에 맞춰 단속 및 계도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2016년 이후로 한 번도 공고가 내려오지 않으며 단속이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전력수급이 빡빡할 경우 적극적인 단속으로 개문냉방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낭비적 요소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상인들의 생계와 연결돼 무작정 단속하긴 어렵다”며 “전력수급이 빡빡할 경우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계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