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이초 학부모, 교사·네티즌 무더기 고소 취하해 달라"

김윤정 기자I 2024.01.08 15:49:21

8일, 수사기관에 보낸 교육감 의견서 공개
"학부모 애로 이해…일단락 국면서 상처들출까 우려"
"고소, 개인의 합리적행동이나 공동체 갈등심화 걱정"
"격정적 표현 있었어도 명예훼손 의도로는 볼 수 없어"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관련, 현직 교사와 네티즌을 무더기 고소한 학부모에 대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촉구했다.

희연 서울시교육감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202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 교육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고소 사건을 조사 중인 안산 단원서에 보낸 의견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는 2년 차 새내기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이 숨지기 직전 맡았던 학급에서는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이른바 ‘연필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와 관련된 학부모 민원으로 고인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필 사건 학부모로 알려진 A씨는 해당 사건을 알린 현직 교사 B씨와 네티즌 등 26명을 고소했다. 이후 경찰은 인터넷에 서이초 교사 관련 글을 쓴 이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B씨는 올해 7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서이초 동료 교사가 쓴 글입니다. 사건 은폐 쉬쉬’라는 제목으로 학부모의 폭언이 있었다는 내용의 글을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 교육감은 “해당 학부모가 가해자인 것처럼 인식돼 학부모가 겪은 애로를 이해한다”면서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추락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제고되고 이런 현실을 보완하기 위한 교권 4법 제정 등을 통해 사건이 일단락되어 가는 국면에서 다시 관련 교사를 고소해 서이초 사건의 상처를 다시 들춰내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학부모의 고소가 개인으로서는 합리적 행동일 수 있지만 교육 공동체의 관점에서는 갈등을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육감은 “서이초 사건 과정에서 불리한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한 학부모의 고소라는 합리적 행동이 공동체 회복을 더디게 하고 교육 현장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공동체 주체들의 권리는 제각각일 수 있지만 지향하는 바는 오직 학생들의 바른 성장 하나일 것”이라며 “하나의 방향성을 가졌기에 조금씩 양보·희생하고 때로는 손해 보면서까지도 함께 갈 때 아이들의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고소 대상이 되는 행위를 한 교사는 고인이 학교에서 사망한 경위가 묻히면 안 된다는 인식만 있었을 뿐 학부모를 비방할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수십만 교사가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집회를 하는 순간에 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들에 대한 격정적인 표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특정 학부모에 대한 공격, 비난, 의도적인 명예훼손 의도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학부모가 고소를 취하해서 서이초의 아픔을 과거의 기억으로 만드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그렇게 호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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