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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전날 늦은 밤 중국에 도착한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이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을 만나 양국 간 안정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이) 특정 문제에 대해선 의견이 다를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직접적, 개방적이고 실용적이라면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 역시 “양국 무역·투자와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보다 우호적인 정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은 첨단기술 경쟁, 남중국해 분쟁 등 여러 분야에서 부딪히면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 등 고위급이 차례를 중국을 방문했다.
특히 이번에 중국을 찾은 러몬도 장관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제한 등 분야의 주무장관인 만큼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은 일본 등 동맹국과 연대해 중국에 대한 반도체 등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반도체·양자컴퓨팅·인공지능(AI) 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제재는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는 게 미국 설명이지만 중국은 일련의 조치를 두고 시장경제를 위반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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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에서도 미국과 관계 개선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GT)는 “러몬도 장관은 양국 이익에 가장 큰 경제·무역 분야에 종사하는 미국 상무 책임자”라며 “이번 방문이 양국간 실용적 이익과 관련해 가시적인 결과에 도달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전했다.
◇中 “리트머스 시험지일 뿐” 냉소적 시각도
다만 러몬도 장관의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양국이 전향적인 협상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장관급 협상으로 해소하기엔 미·중 갈등의 골은 깊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우선 러몬도 장관은 이번 순방 목적이 여행·관광 등 상업 분야에서의 협력 기회라고 언급하면서 국가 안보(반도체 수출 등)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동료들이 그랬듯이 이번 방문에서도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을 방문했던 블링컨·옐런 장관처럼 양국간 소통 채널을 확인할 뿐 중국이 원할만한 제재 완화 같은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 또한 미국 방문의 함의를 탐색하는데 주안을 두고 있다. G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고위급 방문을 통한 미국의 대화 추진 움직임은 더 나은 분위기 조성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번 방문은 미국이 관계 개선에 진정성을 보일지를 확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겨질 뿐 양국 무역·상업 분야에서 큰 돌파구는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러몬도 장관이 중국에 머무는 동안 고위급들과 만남을 통해 어떠한 메시지가 나올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몬도 장관이 앞으로 중국 경제팀인 리창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 등을 만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SCMP에 “러몬도 장관이 이들을 모두 만난다면 좋은 징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