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미국이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 이란 제재 복원과 중동 주둔 병력 증강, 잇단 유조선 피격 사건, 이란의 미군 드론 격추 등으로 점증해온 긴장감이 폭발 직전까지 다다른 모양새다.
공격 취소 소식을 맨 처음 전한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군은 이날 밤 이란을 겨냥한 제한적인 타격을 준비했으나, 작전을 실행하기 전 갑작스럽게 ‘공격 승인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취소 시점은 공격 예정 시간으로부터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레이더와 미사일 포대를 포함한 소수의 타깃을 겨냥한 보복 공격을 이날 승인했다고 익명을 요청한 미 정부 관리가 NYT에 밝혔다.
보복 공격은 이란 군과 민간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란 현지시간으로 동이 트기 직전에 단행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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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루종일 국가안보 분야의 최고위 참모진, 의회 지도부 등과 대(對) 이란 전략을 논의한 끝에 이와 같은 보복 공격의 방침을 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라인과 의회 지도부가 격렬한 토론과 논쟁을 벌였고, 저녁 7시까지만 해도 미 행정부 군사·외교 분야 관리들은 공격이 실행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만약 보복 공격이 실행에 옮겨졌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과 2018년 시리아를 두 차례 공격한 데 이어 취임 후 중동에서의 세 번째 군사 행동이 될 뻔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히 변심한 것인지, 실행계획 또는 전략 상의 이유로 정부 방침을 아예 바꾼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공격 작전이 진행 중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앞으로의 군사 대응 카드가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보복 공격안을 놓고 참모진 사이에서는 견해가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군사 대응에 찬성한 반면, 국방부 관료들은 이 작전이 걷잡을 수 없는 긴장 고조로 이어져 중동 주둔 미군을 위험에 처하게 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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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 사이에서 ‘삼각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이란에 대한 군사 대응에 반대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력 사용 문제나 새로운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에 대해 ‘위험 회피’적인 성향을 보여줘 왔다고 CNN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 전 취재진과 만나 미군 드론 격추에 대해 “이란은 매우 큰 실수를 했다”면서도 “의도적인 것이었다고는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이란 시간으로 20일 새벽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과 가까운 남부 호르모즈간주 영공에서 미군 정찰 드론 ‘RQ-4 글로벌 호크’를 격추했다고 밝혔으나, 미 중부사령부는 드론이 이란 영공을 침입하지 않았다면서 “이유 없는 공격”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