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장들의 명퇴 원인은 ‘권한은 없는데 책임은 폭증하고 있다’는 불만에서 찾을 수 있다.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교사들에게 담임이나 보직을 맡기려면 간청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담임·보직을 기피하는 교사들에게 교장이 할 수 있는 건 ‘읍소’가 유일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초등학교 보직교사 제도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교사 4648명 중 78.8%(3662명)가 올해 보직교사를 맡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앞서 교육부는 이달부터 교사들의 담임수당을 월 13만원에서 20만원으로, 보직수당을 7만원에서 15만원으로 인상했다. 이러한 수당 인상에도 담임·보직 기피 현상은 여전한 셈이다.
특히 학교에 추가 업무가 부가됐을 때 교장들의 고심은 깊어진다. 예컨대 학내 설치된 폐쇄회로(CC) TV를 관리하는 일이나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과 관련된 일 등이 대표적이다. 교원·행정직·공무직 중 어느 쪽이 맡아야 할지 애매할 때마다 학교장이 애를 먹는 것. 교육계 관계자는 “해당 업무를 교사에게 맡기려고 하면 교원노조가, 행정직에게 맡기려면 공무원노조가, 공무직에게 맡기려고 하면 공무직노조가 반발한다”며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읍소해야 하는 게 교장의 일”이라고 했다.
작년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이후 교장들의 책임·역할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당정 협의 후 교육부는 교권 회복·보호 종합방안을 통해 학교별 교장 직속 민원 대응팀을 설치토록 했다. 학부모 민원에 대한 대응책임을 교장에게 부과한 셈이다. 수도권 지역 초등학교 교장은 “교장에게 책임을 지우려면 교직원들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도 줘야 한다”며 “기피 업무나 보직을 맡아달라고 강하게 요구하면 갑질이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교장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으로 꼽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2년 발표한 직업 만족도 조사 결과 초등학교 교장이 1위를 차지해서다. 이어 성우, 상담전문가, 신부, 작곡가·학예사, 대학교수 등이 뒤를 이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최근 교권추락·교권침해 논란이 심화하자 교장의 책임이 커지고 있는데 이에 맞는 권한도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