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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간토 대학살…野 `반일' 프레임 전쟁 시작했다

박기주 기자I 2023.03.08 16:35:42

정부 강제징용 배상안 두고 야권 비판 이어져
`징용 현장` 사도광산, 日 유네스코 등재 시도 반발
간토 대학살 특별법 움직임도
與 "대안 없이 반일 감정만 부추겨" 비판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윤석열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안을 내놓은 후 정치권엔 ‘반일’(反日)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야권을 중심으로 강제노역의 현장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일본의 시도를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등 후속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배상안은 사실상 대일 항복 문서다. 일본 입장에서는 최대의 승리이고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굴욕이자 수치”라며 “윤석열 정권의 반역사적이고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인 야합과 굴종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맞서겠다”고 밝혔다. 전날 긴급 시국선언을 통해 정부에 각을 세운 데 이어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한 것이다.

이 같은 이 대표의 의지에 야권은 바로 호응했다. 안민석·임종성·강선우 민주당 의원과 윤미향·양정숙 무소속 의원 등으로 구성된 ‘일본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반대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이번 결정이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에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맹비난했다. 오는 4월 사도광산을 시작으로 유네스코 등을 방문해 세계유산 등재의 부당함을 알리겠다는 뜻도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과거 직시, 미래 지향’이라는 기본 원칙을 위반하고 있고, 2018년 우리 대법원이 결정한 강제동원에 대한 전범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마저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며 “이번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 외교가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에 정당성을 인정하고 명분을 제공하는 구실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우리 대법원 판결을 무시한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방안을 즉각 철회하고, 일본 정주는 사도광산 유네스코 증대 신청과 등재 시도를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간토 대학살’(일본 관동 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100주기를 맞아 특별법을 만드는 작업도 탄력이 붙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간토 대학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상당수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국민의힘 일부 의원과 비교섭단체 의원 등 100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 특별법엔 △간토 대학살 사건의 진상조사와 책임규명, 피해자 및 유족심사,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 등을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간토 대학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 회복 위원회 구성 △피해자 추도를 위한 추도공간, 역사관 조성 △간토 대학살 사건에 대한 역사왜곡의 시정 및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사업 △한일 청소년, 교사,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평화교류 증진 사업 등 내용이 담겼다.

유 의원은 “간토에서 일본인들에 의해 자행된 조선인 대학살 사건이 100년이 된 지금까지도 진상규명이 되지 않아 그 많은 조선인이 왜 죽어갔는지, 피해자가 몇 명인지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며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해 정파를 떠나 의원 100명이 함께 나선 만큼 국회에서 신속하게 법안을 심사·통과 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여당 측에선 민주당이 반일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가 본인 사법리스크의 돌파구를 찾은 것이란 느낌도 든다”며 “대안 없이 계속 반일 감정만 부추겨서 정파적 이해를 도모하는 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대안을 좀 제시해달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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