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너도 나도 달로 간다…불 붙은 우주개척 경쟁

박종화 기자I 2024.01.25 15:08:05

日 세계 5번째 달탐사국 자리매김…핀포인트 착륙도 성공
美는 달에 상주기지 건설…中·印도 유인 달탐사 속도
우주강국들 희토류 등 달자원에 눈독…안보 중요성도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새해부터 전 세계의 달 개척 경쟁이 치열하다. 어느 나라가 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우주시대 정치·경제적 패권 향방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달 탐사선 ‘슬림’(SLIM)을 실은 H2A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사진=로이터)


◇새해부터 달 탐사 경쟁…美는 실패·日은 ‘절반의 성공’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지난 20일 무인 달 탐사선 ‘슬림’(SLIM)이 달 표면에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로써 일본은 미국과 옛 소련, 중국, 인도에 이어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킨 다섯 번째 나라가 됐다. 일본은 2022년과 2023년에도 달 탐사선을 발사했으나 각각 통신 두절, 고도 파악 오류로 착륙에 실패했다.

특히 일본은 슬림이 착륙 지점 오차를 55m까지 줄인 ‘핀 포인트’ 착륙에 성공했다는 데 고무돼 있다. 기존에 수 킬로미터에 달했던 달 탐사선의 착륙 지점 오차를 수십m 이내로 줄이면 물·광물을 찾기 위해 국소적 탐사 성공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핀 포인트 착륙이 확인되면 2029년 유인 달 탐사선 발사도 힘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슬림은 태양전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전원을 끊은 상태다. JAXA는 태양 방향이 슬림의 태양전지 방향과 맞으면 기체를 재가동, 암석 성분 조사를 위한 달 표면에 나설 계획이다.

새해 달 탐사에 나선 나라는 일본만이 아니다. 미국 민간 우주회사 애스트로보틱도 지난 8일 무인 달 탐사선 ‘페레그린’을 발사했다. 비용 문제로 1972년 아폴로17호를 마지막으로 달 탐사를 중단하지 52년 만에 미국에서 쏘아 올린 달 탐사선이었다. 하지만 페레그린은 태양광 패널 작동 오류와 연료 손실로 달 착륙에 실패했다.

페레그린은 실패했지만 미국은 달 개척 야심을 접지 않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내년 9월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운 우주선을 달 궤도에서 비행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애초엔 오는 11월 발사할 계획이었지만 안전 문제로 일정을 미뤘다. 미국은 한국·영국·일본 등과 함께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2030년 전에 달 표면에 상주기지를 세운다는 계획도 세웠다.

중국도 가만있지 않고 있다. 중국은 오는 5월 달 뒷면을 향해 무인 탐사선 창어 6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2028년엔 달 남극에 연구기지를 세우고 2030년엔 유인 우주선을 달에 보낸다는 게 중국 계획이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무인 탐사선을 달 남극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시키며 기술력을 과시한 인도는 내년 유인 우주 비행을, 2040년 유인 달 탐사에 성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왕년의 우주강국’ 러시아는 지난해 47년 만에 무인 달 탐사선 루나 25호를 발사했으나 달에 추락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사진=게티이미지)


◇“中, 우주 활동 통해 미국 영향력 약화” 우주판 미·중 경쟁

이들 나라가 앞다퉈 달로 나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셸 핸론 미국 미시시피대 항공우주법센터 소장은 “달은 시험장이다”며 “인류는 우주에서 살아가는 방법과 우주 자원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달에 가야 한다”고 CNBC에 말했다. 딘 쳉 미국평화연구소 수석고문도 “지구에 유용하거나 미래 우주 비행에 필요한 많은 자원이 달에 있다”고 했다.

달에는 티타늄과 니켈, 백금, 알루미늄, 희토류 등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핵융합에 쓸 수 있는 청정 에너지원인 헬륨-3도 풍부하다. 나사는 이르면 2032년 달에서 자원 채취를 시작할 계획이다.

군사·경제적으로 위성이 중요해지면서 위성을 지키기 위한 ‘우주안보 전초기지’로서 달의 중요성도 커졌다. 특히 미 국방부는 중국의 달 탐사에 미국 위성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펴낸 ‘우주 외교를 위한 전략적 프레임워크’ 문서에서 “중국의 우주 활동은 자국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고 군사·기술·경제·외교 분야에 걸쳐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중국이 달 영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달 다음 ‘우주 격전지’는 어디가 될까. 전문가들은 화성을 꼽는다. 다른 태양계 행성과 비교하면 그나마 지구와 환경이 유사하고 거리도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달 개척이 진전되면 달을 화성 탐사를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아예 화성에 지구인 이주촌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중국 역시 2021년에 화성 탐사선 톈원 1호를 화성에 착륙시키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류창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부연구원은 지난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낸 기고에서 “중·미 우주 비행사가 화성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양국이 타협하고 가능하다면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해 화성 자원 개발·사용을 위해 평화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면 양국 국민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