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현재 여야 3당이 모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인 상황에서 중진협의체가 공식 기구가 아닌 ‘제2의 협상창구’에 불과한데다 강제성이 없는 합의제기구라는 한계점, 초선의원의 반발, 차기 당권을 노린 중진들의 악용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제대로 운영되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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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야 중진협의체는 독일의 원로회의와 같이 중요한 현안을 논의할 때나 의회의 갈등상황이 생겼을 때 여야를 아우르는 회의를 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다. 현 여소야대 국면에서 쟁점이나 이견 있는 안건에 대해 중진협의체에 속한 의원들이 갈등을 중재하고 권고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국회 사무처에서는 중진협의체 가동을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 의장은 중진협의체 구성 관련해 원칙적으로 대상은 4선 이상, 첫 회의에는 현재 여야 각 6명씩인 5선 이상 의원으로 구성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여기에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주요 상임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현 21대 국회 후반기 현재 여야별 5선 이상 의원을 보면 국민의힘 소속은 김영선, 서병수, 정우택, 정진석, 조경태, 주호영 의원 등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상 무소속인 김진표 의장을 제외하고 박병석(6선), 변재일, 설훈, 안민석, 이상민, 조정식 의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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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여야가 극한으로 대립할 때 조정하고 완충할 수 있는 장치인데 그동안 경험을 비춰보면 야당은 늘 소극적이었다”며 “김 의장과 만날 때 야당과 잘 얘기할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과 같은 굵직한 국가 방향 잡을 때 중진들이 모여 의견 나누는 모임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결국 여야 원내대표와 다른 결정을 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구속력 있는 결정을 하기 어려운데다 원내 정당 주요 협상 테이블은 교섭단체 대표들이 하는 거라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전문가들도 여야 중진협의체가 또 다른 정쟁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회 내 이미 정쟁을 논의할 수 있는 각 상임위가 있는데다 각 원내대표단이나 비대위 결정을 따르는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또 다른 위원회를 만드는 것은 초선의원들을 배제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의회구조의 혁신이나 정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