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금융사 선제 지원 '금융안정계정' 도입…실효성은 '글쎄'

이연호 기자I 2022.07.26 15:53:25

금융위, ''금융리스크 대응 TF'' 회의서 계정 도입 논의
예금보험기금 내 ''금융안정계정'' 설치…채권 보증, 우선주 매입
"금융 리스크 대응 차원 긍정적"…"의사 결정 기구 설치가 먼저"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금융회사 부실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금융안정계정(가칭)’을 도입한다. 예금보험기금 내 별도 개정을 설치해 일시적 어려움에 처한 금융 회사에 적기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보다는 차제에 금융 위기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의사 결정 조직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금융리스크 대응 TF 회의’에서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 기관 임원들과 ‘금융안정계정’ 도입방안 마련 및 시장 안정 조치 재점검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유관기관 합동 제3차 금융리스크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금융회사 부실 예방을 위한 금융안정계정 도입(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금융 위기에 대한 선제적·예방적 대응 체계를 상설화해 금융 제도의 안정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금융안정계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예금보험기금은 부실(우려) 금융사에 사후적으로만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지난 2020년 3월 급격한 주가 하락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증권사가 원화·외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 급등, 보험사 해외 투자 환헤지 비용 증가 등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금융안정계정을 통해 이 같은 일시적 유동성 경색 상황에 대처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이 계정을 만드는 것이 최근의 복합 경제 위기에 따른 금융 회사의 부실화 우려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신진창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관은 “금융 안정 측면에서 제도적 보완 수단을 하나 더 두는 것”이라며 “최근 상황을 따져보자면 좀 더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여러가지 정책적 선택지를 두는 측면일 뿐이지 특별히 지금 하는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안정계정 지원 대상은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정상 금융 회사로, 부실 금융 회사나 부실이 우려되는 금융 회사는 제외된다. 자금 지원은 위기 양상에 따라 유동성 공급(채무보증·대출) 또는 자본 확충(우선주 등 매입) 형태로 이뤄진다. 유동성 공급의 경우 금융 회사의 채권 발행에 3년 이내 보증 지원을 하고 지원받는 회사에서 보증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시장 경색으로 채권 발행이 어려워질 경우 해당 금융회사에 직접 대출을 해 준다. 자본 확충은 금융 회사의 우선주 등을 매입하고 해당 금융사에서 배당 및 우선주 상환 등으로 지원 자금을 회수하는 형태다.

정부 출연, 정부 보증 채권 발행은 계정 재원 조달 방식에서 배제한다. 금융위 측은 금융회사에서 보증 수수료를 받는 만큼 초기 재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보증 사고가 생길 경우 수수료 수입, 해당 금융회사가 소속한 예보기금 계정 차입 등을 통해 대신 지급한 후 해당 금융사에서 자금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자금 지원 시 금융 회사에서 ‘경영 건전성 제고 계획’을 제출 받아 이행 상황을 반기마다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내달 중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향후 입법 절차를 고려할 때 이르면 내년 하반기 이후 시행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학계 일각에서는 금융안정계정 도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기준금리 상승 과정에서 시중의 금융 안정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정책 금융적 관점에서 예보가 상황 악화를 대비해 계정을 갖추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유동성 공급은 한국은행에 맡겨 두고, 금융 위기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의사 결정 조직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본연의 역할인 유동성 공급을 굳이 예금자보호법까지 개정해 예보가 하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경제부총리, 한은 총재, 건전성 감독 기구, 시장 감독 기구, 예보 사장 등이 참여하는 ‘금융안정협의회’ 같은 의사 결정 기구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