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피앤모빌리티 방콕 로봇주차 시스템 현장 가보니
대형 쇼핑몰, 레지던스, 호텔, 주상복합 등에 로봇주차 적용
로봇이 자동으로 주차해 사고 안전성 높아
전세계 12개국에 도입…韓, 규제 미비로 도입 걸림돌
[방콕(태국)=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태국의 수도 방콕은 지하에 건물을 짓기 쉽지 않다. 평균 해발 고도가 1.5m에 불과한 저지대일 뿐만 아니라 차오프라야강의 지류가 도시 전체를 모세혈관처럼 뒤덮고 있다. 방콕 지하철 개발이 난맥상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사업 기회를 엿본 국내 기업이 있다. 삼표그룹과 셈페르엠이 합작해 만든 로봇주차 시스템 개발기업 ‘에스피앤모빌리티’다.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도시 중 한 곳인 방콕도 몰려드는 인구로 부동산 가치가 치솟고 있다. 급증하는 인구에 따라 효율적으로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 중 하나가 에스피앤모빌리티의 로봇주차 ‘엠피시스템’이다.
 | 위즈돔101에 설치된 로봇주차 엠피시스템이 방문 차량을 주차동에 입고시키고 있다.(영상=에스피앤모빌리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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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방문한 방콕 프라카농구 소재 대형 쇼핑몰 ‘위즈돔101’은 개점시간인 오전 10시가 지나면서 몰려드는 차량을 엠피시스템이 부지런히 주차 공간으로 실어나르고 있었다. 이 쇼핑몰에 적용된 엠피시스템은 총 690대의 차량주차가 가능하다. 방콕시내 중 가장 큰 규모다.
차량을 주차 위치로 옮긴 뒤 운전자가 내리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높이 99㎜의 납작한 주차 로봇이 차량의 네 바퀴를 들어 입고시키고 무인 이동 설비가 적당한 공간에 차량을 주차한다. 사람이 차에서 완전히 하차해야 입고가 이뤄지다보니 혹시 사고가 나더라도 인명사고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 (자료= 에스피앤모빌리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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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타지 않고 차량만 이동하다보니 층고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게 이 시스템의 장점이다. 에스피앤모빌리티에 따르면 기존 주차장 방식으로 건축물을 설계할 경우 2304대의 차량을 주차하는데 지하 7층까지 36.7m를 파야 하지만 엠피시스템을 활용하면 30.7m만 내려가도 더 많은 2478대의 주차 면적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효율성도 높아진다. 차량이 층 사이를 오갈 때 필요한 램프를 모두 주차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병렬주차를 적용하면 앞뒤로 더 많은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 차량의 회전반경을 고려하지 않아도 돼 더욱 촘촘한 주차가 가능해진다.
 | (자료= 에스피엔모빌리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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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피앤모빌리티의 태국 파트너사인 파크플러스 아비람 시타칼린(Abhiram Sitakalin) 대표는 “서울, 방콕 모두 땅값이 오르는 걸 보고 기계식 주차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사업을 시작했다”라며 “기계식 주차를 활용하면 남는 면적에 농구장 같은 공간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태국의 로봇주차 시장 규모는 3억 달러(4362억원) 정도다. 엠피시스템은 현재까지 태국 내 14곳에 적용했고 오는 2026년까지 두 곳을 추가 진행하고 있다. 엠피시스템의 해외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셈페르엠은 세계 12개국에 1만대 이상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두바이에서는 1000대 규모 도입도 앞두고 있다.
 | 태국 방콕 공공주택인 나바티 레지던스에 적용된 엠피시스템.(사진=김영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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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관련 규제가 미비할 뿐만아니라 하거나 기계식 주차 시스템에 대한 해석이 보수적이어서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6조 2에 따르면 상업지역, 준주거 지역 내 소형주택 또는 주택 외 시설을 건축하는 경우에만 기계식주차를 허용해 진입 허들이 높다. 또 모든 차량의 입·출고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내용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점도 로봇주차시스템 확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로봇주차 시스템 도입은) 공공주택의 주차 공간 부족과 비효율적인 주차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대안”이라며 “주차장 건설 비용 절감과 공사 기간 단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공공주택의 분양가 인하도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일반 주차 방식과 로봇 주차 시스템을 병행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홍보하고 새로운 시스템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도록 유도하면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장성진 에스피앤모빌리티 대표이사는 “해외에서는 주거 프로젝트에 이미 로봇주차의 설치 및 상용화가 완료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주거용도에 엠피시스템을 적용하면 이용자 편의성 증대는 물론 주차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 제고, 주차공간 부족 해결, 시공비 절감 효과까지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