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53·사법연수원 26기) 검찰총장은 1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심 총장은 3095자에 달하는 취임사로 형사부 강화, 검찰 직접 수사 역량을 부패·경제범죄로 한정 등의 정책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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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검찰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로 ‘신뢰 회복’을 꼽았다. 그는 “문제의 해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검찰이 국민에게 더 신뢰받아야 한다는 것만큼은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와 ‘국민이 검찰에 바라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살펴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국민이 당면한 민생범죄 수사에 힘을 줘야 한다고 봤다. 심 총장은 척결해야 할 민생범죄로 △보이스피싱 △마약 △다단계 △다단계 △전세사기 △사이버렉카의 악성 및 허위 콘텐츠 등을 꼽았다. 여기에 최근 불거지고 있는 딥페이크 영상물 범죄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및 성폭력 범죄 등도 중점적으로 수사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를 위해 민생범죄 최전선에 있는 형사부 강화도 추진한다. 심 총장은 “(민생범죄 수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민생범죄의 최전선에 있는 일선 형사부의 인력, 조직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일선의 의견을 직접 듣고 토론해 개선방안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다듬어져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의 직접수사를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에 한정해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그는 “중대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에 적시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그 파급효과가 크다”며 “검찰의 직접수사 역량은 우리 헌법과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패범죄, 시장경제질서를 무너뜨리는 경제범죄와 같은 중대범죄에 집중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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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을 마치고 심우정호(號)가 본격 출범했지만, 곳곳에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당장 오는 24일 최재영 목사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열리면 처분을 미뤘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사건을 매듭지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수심위 모두 ‘불기소’를 권고한 만큼 수사팀의 결론대로 ‘무혐의’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12일 항소심 법원이 ‘전주’(錢主) 손모씨의 방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각 사건’ 처분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항소심 판결을 주목해 왔던 검찰은 판결문을 분석 후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여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로 확대하고 있는 수사도 심 총장에겐 무거운 짐이 될 전망이다.
검찰 안팎의 상황을 의식한 탓인지 심 총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증거와 법리에 따른 수사’를 두 차례나 강조했다.
그는 검찰 본연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범죄수사는 신속하게 한 치의 빈틈 없이 수행되고 어떠한 외부의 영향이나 치우침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의 직접수사를 얘기하면서 또 “오로지 법과 원칙, 증거와 법리에 따른 공정한 수사, 신속하고 정밀하게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를 통해 국민들이 검찰 수사는 믿을 수 있다라고 느끼실 수 있게 해야한다”고 재차 힘줘 말했다.
심 총장은 맺음말을 통해서도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여러분이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업무를 수행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여러분의 든든한 방벽이자 울타리가 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