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인근에서 10년째 구둣방을 운영해온 이모(58)씨는 7일 맞은편 도로에 세워진 원통형 교통초소(교통센터)를 보고 혀를 찼다. 성인 3~4명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에는 에어컨과 실외기, 자동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사람 대신 교통 안내용 고깔과 음주운전 단속 간판, 햇빛 가림용 파라솔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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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데일리가 서울시에 설치된 교통센터 94개 중 13개를 살펴본 결과 경찰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거나 사용 흔적이 있는 경우는 한 곳도 없었다. 이씨의 가게로부터 2.2㎞ 떨어진 혜화동 로터리 인근 교통센터도 사람 없이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내부에 보관된 단속 표지판과 교통 안내 시설물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사정은 동대문구와 관악구 등 다른 지역의 센터도 마찬가지였다.
이 모습을 본 경찰들은 과거보다 센터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성북구에서 근무하는 김모 경찰관은 “1년에 5~6번 사용할까 말까 한다”며 “의경이 있을 때나 자주 사용됐지 지금은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로구에서 만난 이모 경찰관은 “장시간 근무하는 의경과 달리 순찰에 집중하는 경찰이 센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엔 상황이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랑경찰서에 소속된 한 경찰도 “의경이나 사회복무요원이 있을 때나 사용했지 지금은 유명무실하다”며 “인사발령으로 사람이 계속 바뀌니 공간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꽤 있어서 센터를 안 쓴지 몇 년째”라고 말했다.
의경은 1982년 기존 전투경찰을 전경과 의경으로 분리하면서 창설됐다. 병역 의무기간 동안 군에 입대하는 대신 경찰 치안 업무를 보조하는 ‘보조경찰’로서 방범 순찰과 집회·시위 관리, 교통정리, 국회·외교공관 등 시설경비 업무를 담당해왔다. 이들은 2017년 감축·폐지 계획이 국정과제로 확정된 뒤 단계적으로 수가 줄었고 지난해 4월 마지막 기수가 전역함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문제는 의경 폐지 후 텅 빈 교통센터를 관리하는 데에 매년 약 2억 6000만원이 쓰인다는 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에는 원통형 교통센터 218개소가 있다. 각 센터는 에어컨 등 시설관리와 청소 인건비, 전기료 등으로 119만원씩 연간 운용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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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센터가 설치된 위치에 따라 활용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평소 활용도가 떨어져도 혹서기, 폭우 등이 발생하거나 국빈 방한 등 대규모 행사가 있을 때 임시 근무처로 활용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점검해 활용도가 낮은 곳은 철거하거나 이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 행정 이외의 용도로 시설을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관리 책임과 추가 예산투입 여부를 고려해야 해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