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기준이냐, 사람기준이냐"..지진사태로 '재난망' 가속도

김현아 기자I 2016.09.22 15:15:55

국민안전처, 재난망 본사업 추진방향 비공개 토론회개최
통화도달범위를 국토면적기준으로 하면 예산 3~4배 더 들어
안전처와 통신사들 "사람기준으로 하고 이동기지국 쓰자"
일부 전문가들 "비상시 대비하려면 국토면적기준으로 해야..상용망 활용 늘려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경주 지진 사태로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구축이 관심을 받고 있지만, 핵심인 통화도달범위(커버리지)를 두고서도 논란이 한창이다. 재난망의 통화도달범위를 국토면적 기준으로 할지, 사람기준으로 할지에 따라 예산이 3~4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번 경주 지진 때 통신사 트래픽 폭주로 통신 장애가 일어나고 카카오톡까지 중단되면서 재난망을 빨리 만들자는 여론도 있지만, 재난망의 기본인 커버리지조차 인식차가 커서 결론이 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전문가들 일각에선 예산을 줄이자고 사람 기준으로 재난망을 구축하는 것은 비상상황 발생 시 문제가 심각해질수 있다며, 차라리 재난망 주파수를 통신사에 팔아 통신사가 재난망을 구축·운영하게 하든지, 아니면 현재 소방관이나 경찰이 쓰는 TRS망을 당분간 유지하면서 이미 수백억 원을 투입한 국가재난안전관리시스템(NDMS)과 연계해 일선 소방관 등이 카톡대신 활용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안전처는 어제(21일) 오후 학계·연구계 전문가와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관계자 등과 함께 ‘재난안전통신망 본사업 추진방안 토론회’를 열고 목표 커버리지 방안 및 음영지역 통화권 확보방안, 상용망 및 기존망 활용방안, 총사업비 산정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격론이 오가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특히 재난망의 통화도달범위를 국토면적 기준으로 할지, 사람기준으로 할지, 음영지역은 어떻게 커버할지 논란이었다.

국민안전처와 통신사 등은 사람이 안 사는 산속 깊은 곳은 재난망의 서비스 범위일 필요가 없다며 사람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KT와 SK텔레콤이 평창·강릉·정선에서 진행한 재난망 시범사업의 커버리지는 34%였다. 이는 목표(89.5%)에 한참 미치지 못했는데, 이는 국토면적 기준이어서 큰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경우 재난망 총사업비(10년 운영비용포함)는 2조 원 남짓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 관계자는 “강원도는 사람이 안 사는 땅이 70% 이상인데 여기까지 재난망을 구축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재난망은 면적대비 커버리지가 아니라 소방이나 경찰이 평상시 업무를 보는데 서비스가 원활한 수준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상용망과의 연계 역시 경찰이나 소방관이 쓰는 단말기 기준으로 요금을 받거나 KT의 기업전용 데이터요금제처럼 데이터 트래픽에 따른 종량제로 돈을 받으면 된다”며 “산속은 이동기지국을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의 전문가들은 영화 ‘터널’에서처럼 재난은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으니 국토면적 기준으로 최대한 커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재난망에는 7,8조의 비용이 드니 별도 재난망을 전국적으로 깔기보다는 이통사 상용망을 더 많이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재난망은 비상망이기 때문에 국토면적 기준으로 하는 게 맞다”면서 “안전처 총사업비 산정에는 유선망 임대가 빠져 있는데 그리되면 비용이 더 드니 통신사에 재난망 주파수(700MHz)를 팔아 통신사가 재난망을 운영하고 남는 주파수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게 대안”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주 지진때 소방관들이 단톡방을 쓴 문제는 재난망이 없어서가 아니다”라면서 “이미 수백억원을 들여 만든 국가재난안전관리시스템(NDMS)을 일선 소방관이나 경찰이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만들고, 통신사와는 서비스품질유지협약(SLA)을 맺어 지진 등 비상 사태 때 전화연락이 많아 트래픽이 폭주해도 경찰이나 소방관이 지휘통제를 받는 망의 품질을 보장하게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안전처는 9월 중 LG CNS가 맡은 재난망 정보화전략계획(ISP) 검증을 마무리하고 10월 공청회 개최 이후 연내 재난망 확산사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나, 올해 예산(목적예비비) 지출 전에 기획재정부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연내 재난망 확산사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안전처 재난망 검증협의회에서 총사업비 검증을 맡은 김사혁 기술위원은 “ISP가 일부 잘못된 부분이 있어 셀플래닝 등을 다시 하고 있다”면서 “상용망 활용을 늘리고 기지국 수를 재산정하게 되면 총사업비도 다소 늘어날 수 있다. 다만, 기재부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올해 예산 집행이 안 되고 그러면 원점에서 다시 재난망 예산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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