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분석 베테랑인 노근창 세미콘리서치랩 대표는 지난 16일 ‘어쨌든 경제’ 방송에 출연해 시장의 비관론을 단호하게 ‘착시’로 규정했다. 산업 밸류체인 최전선에서 확인되는 실수요와 글로벌 파운드리의 가동 지표는 여전히 ‘공급 부족’을 가리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팩트체크] 코어위브 노이즈와 TSMC의 진짜 계산서
최근 시장을 흔든 미국 네오클라우드 스타트업 코어위브(CoreWeave)의 채무 및 조달금리 리스크는 데이터의 관점에서 볼 때 과도하게 부풀려진 ‘노이즈’에 가깝다.
노 대표는 글로벌 클라우드 설비투자 지형을 짚으며 시장의 공포를 정조준했다. “코어위브의 미국 내 클라우드 케파 비중은 3%,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주 비중은 1% 미만”이라며 “단 1% 미만의 지분을 가진 특정 기업의 리스크가 전체 AI 인프라 확장을 꺾을 수는 없다. 그 물량은 대기 중인 빅테크들이 즉각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진짜 신호는 엔비디아의 핵심 칩을 사실상 독점 생산하는 TSMC의 팹(Fab) 증설 현장에서 읽어야 한다. 현재 TSMC는 25개 팹과 13개 첨단 패키징 라인을 동시에 구축하고 있다. 노 대표는 최근 TSMC의 컨퍼런스콜 이면에 숨겨진 철저한 리스크 계산법에 주목했다.
“TSMC는 미국 데이터센터 부지의 전력망 한계, 고객사의 자본력, 완공 지연 및 사업 취소 확률(슬리피지)까지 감안한 극단적 ‘워스트 시나리오’를 모델링했습니다. 그 결과조차 ‘밀려드는 수요가 생산량을 압도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3분기 TSMC 매출 중 데이터센터 비중은 68%로 올라섰고, 전 분기 대비 22% 늘었습니다. 다음 달 발표될 엔비디아의 실적 역시 보수적 가이던스를 뛰어넘을 공산이 큽니다.”
[기술 격전] HBM4, ‘원시(1c)·4나노’ 쥔 삼성전자의 영토 확장
메모리 업계의 시선은 이미 차세대 규격인 HBM4로 향해 있다. 지금까지의 시장 구도가 SK하이닉스의 독주였다면, HBM4부터는 본격적인 ‘양강 체제’로 재편될 조짐이다.
노 대표는 점유율 지형 변화를 예고하면서도 실적 측면의 ‘착시’를 경계했다. “HBM4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 SK하이닉스의 독점적 점유율 희석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시장 전체 파이가 내년에도 2배 이상 팽창하고 판가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에 SK하이닉스의 HBM 절대 매출은 오히려 늘어납니다. 다만 그동안 잃었던 지분은 삼성전자가 대거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반격 카드는 ‘원시(1c) D램’과 ‘파운드리 협업’이다. “삼성전자는 발열과 수율을 대폭 개선한 1c D램을 기반으로, HBM의 제어 두뇌인 ‘베이스 다이(로직 다이)’를 자체 파운드리 4나노 핀펫 공정으로 구현했습니다. 경쟁사 대비 미세공정에서 확실한 스펙 우위를 점하면서 고객사들의 채택 유인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다만 반도체를 고층 아파트처럼 엮어내는 첨단 패키징 생태계는 K-반도체가 넘어야 할 높은 벽이다. TSMC-ASE-앰코로 이어지는 대만·미국 삼각 동맹이 굳건한 상황에서, 빅테크의 가속기 물량을 직접 수주해 ‘패키징 학습 곡선’을 축적하는 전략적 고객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정학 변수] 중국의 4F² 샘플과 5년 장비 쿼터의 현실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4F 스퀘어(Square) 구조 D램 발표로 불거진 ‘중국 위협론’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는 기술적 도약이라기보다 장비 제재에 막힌 ‘차선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노 대표는 글로벌 장비 출하 흐름을 근거로 제시했다. “EUV 장비 수급이 불가능한 중국이 DUV 공정으로 셀 밀도를 억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선택한 방식입니다. 상용 양산으로 가려면 KLA 등 미국산 검사·계측 장비가 팹에 대거 입고돼야 하는데, 그러한 움직임이 전혀 포착되지 않습니다. 현재 글로벌 장비 물량은 한국, 대만, 미국 3개국에 배정되기에도 벅찹니다. 향후 5년간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장비 자체가 없다는 물리적 병목을 감안하면 단기 위협은 제한적입니다.”
[시장 진단] 4분기 수급 변곡점과 인내의 구간
전통적 레거시(스마트폰·PC) D램 시장의 경우 출하량은 둔화됐지만, 주요 공급사들이 AI용 고부가 메모리로 라인을 전환하면서 공급 제약에 따른 높은 가격 방어력이 유지되고 있다.
노 대표는 4분기 변동성을 자극할 이벤트로 미국 중간선거와 거대 AI 모델 기업 엔트로픽(Anthropic)의 상장(IPO)을 지목했다. 엔트로픽의 공모 흥행 여부가 AI 밸류에이션의 신뢰도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며, 상장 과정에서 기존 주식 매도에 따른 단기 수급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은 이미 내년 메모리 가격이 30~40% 폭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주가에 반영해버렸습니다. 그러나 실수요 현장의 숫자는 내년 메모리 판가의 의미 있는 하락 징후를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공포가 극에 달해 가격이 가치 아래로 떨어진 지금, 투자자가 취해야 할 포지션은 매도가 아니라 인내입니다.”
노근창 대표가 출연한 ‘어쨌든 경제’는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이데일리TV와 유튜브에서 동시 생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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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어쨌든 경제 방송 캡쳐] 노근창 세미콘리서치랩 대표(사진 우측)가 지난 10월 16일(금) '어쨌든 경제' 방송에 출연해 유은길 앵커(사진 좌측)의 질문을 듣고 있다.](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0/PS2610190053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