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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150.49엔까지 상승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엔화가치는 하락) 3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10월 150.9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달러·엔 환율이 150엔대에 진입한 것은 이달 들어서만 네 번째다.
달러·엔 환율은 간밤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150엔대로 올라선 이후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상승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간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0.13%포인트 오른 4.95%를 기록, 다시 5%에 근접했다. 반면 일본은행(BOJ)이 오는 30~3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미일 장기금리 격차 확대를 의식한 엔화매도·달러매입 수요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일본 금융당국의 개입 경계감에 상승폭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약 1년 전에도 비슷한 환율 수준에서 직접개입이 이뤄졌다. 일본 금융당국은 지난해 9~10월 세 차례에 걸쳐 약 9조 1000억엔(약 82조원)을 투입,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한 시장 참가자는 “개입이 언제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다수 외환 전문가들은 일본 금융당국이 직접개입하더라도 엔화가치 하락 추세는 막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수입 기업들의 달러화 매입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해외 외환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수요도 견조하기 때문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얻고 난 뒤 빌린 엔화를 다시 갚는 매매 기법이다. 앞으로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그만큼 더 싸게 갚을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시장에선 일본 당국의 개입 후에도 엔화가치가 오르는 것은 잠시일 뿐 완만한 하락 기조로 되돌아올 것이란 견해가 강하다”고 전했다. 이날도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기존 방침대로 긴장감을 갖고 (외환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을 단행했지만, 달러·엔 환율은 잠시 횡보세를 보이다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