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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가 2020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제보받은 젠더폭력 상담 595건을 분석한 결과 피상담자의 4분의 1은 언어적 성희롱(26.4%)과 신체적 성희롱·성추행(23.9%)을 경험하고, 10명 중 6명(64%)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성추행이나 성희롱, 성차별적 괴롭힘을 거부한 뒤에도 성추행이나 또 다른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A씨는 사내연애를 후 헤어진 직장동료로부터 스토킹을 당했다. 그는 만남을 거부하자 직장에서 험담과 폭언을 일삼으며 A씨를 괴롭혔다. 직장인 B씨는 2년 전 기혼자인 상사로부터 지속적인 구애를 받았다. B씨가 상사의 행동을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비판하자 그는 B씨를 업무에서 배제했다.
추가 피해는 직장 내 성범죄를 가볍게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 젠더폭력 595건 중 190건(31.9%)은 신고로 이어졌지만, 신고자의 절반(54.2%)은 사측이 조사·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용자가 신고 후 조사·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500만의 과태료, 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사용주가 조치의무 미이행으로 처벌되는 비율은 10%를 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전체 신고자 중 58.4%(111건)는 신고 이후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다.
솜방망이 처벌은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마저 높이고 있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지난달 2일부터 9일간 직장인 1000명에게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7.5%는 “직장 내 성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10명 중 8명(84.9%)은 “우리 사회가 스토킹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며 “피해자는 복귀해도 정상적으로 생활하기 어려울 것”(41.6%)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사내 조치와 법제를 개선해 일터에서의 성범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사업주가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뿐 아니라 편안한 일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젠더폭력을 예방할 의무까지 포함해야 한다”며 “1년마다 시행되는 위험성 평가 대상에 물리적, 화학적 유해요인뿐 아니라 사회심리적 요인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국회여성아동인권포럼 대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제는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스토킹을 상세히 조사하고, 예방교육 등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