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미 증시에 상장한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스타트업 43곳을 자체 조사한 결과, 최소 18개 업체가 2024년 말까지 비용을 줄이거나 신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유동성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측했다. 16곳은 2025년 또는 그 이후에 현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됐으며, 루시드, 리비안 등 유명 스타트업도 포함됐다.
이미 현금 부족으로 타격을 입은 곳도 있다. 로즈타운 모터스, 프로테라, 일렉트릭 래스트 마일 솔루션 세 곳은 파산했고, 배터리 제조업체인 로미오 파워와 충전업체 볼타 두 곳은 각각 니콜라와 쉘에 인수됐다.
문제는 신규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차량을 언제부터 생산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데다, 생산에 돌입하더라도 테슬라 등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이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면서 이익을 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실례로 패러데이 퓨처는 2021년 자율주행 및 안면인식 기능이 탑재된 미래형 전기차를 앞세워 투자자들에게 기록적인 매출을 약속, 기업공개(IPO)에서 약 10억달러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공급망 차질을 빚으며 생산이 지연됐고, 30만 9000달러라는 높은 가격은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이 회사는 올해 3분기 하루평균 87만 5000달러를 지출해 현금 부족 위기에 놓였다. 9월말 현재 보유중인 현금성 자산은 860만달러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전기차 스타트업이 패러데이 퓨처와 비슷한 상황으로 투자자들은 과거와 달리 자금 투입을 망설이고 있다. 이는 상장 스타트업들의 주가가 상장 첫 날과 비교해 평균 80% 이상 하락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수년 만에 수백억달러 시장 가치가 증발한 것이다.
아트레이데스 매니지먼트의 개빈 베이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미친 거품이었다”고 평가했다. WSJ은 “7개 기업은 불과 몇 주 버틸 현금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높이 날아올랐던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이제는 생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