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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선생 가르침 따라…경복궁서 안동까지 '귀향길' 걷는다

이윤정 기자I 2023.03.27 15:50:58

'퇴계 선생 귀향길 걷기 행사'
13박 14일 동안 270km 행진
학생·성인 등 45명 함께
"퇴계 선생 정신 되새기는 기회 되길"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1569년 3월 4일. 69세의 퇴계 이황(1501~1570)은 임금과 조정 신료들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향길에 올랐다. 몇 달에 걸쳐 사직 상소를 올린 끝에 겨우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다. 퇴계는 벼슬자리에 나아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조판서로 임명됐지만 관직을 사양하고 후학 양성을 위해 마지막 귀향길에 올랐다.

약 450여년 전 퇴계 선생이 걸어갔던 길을 걸으며 그의 삶과 정신을 되새겨볼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13박 14일 동안 경복궁 사정전에서 안동 도산서원까지 약 270km를 행진하는 ‘퇴계 선생 귀향길 걷기’ 행사다. 퇴계 선생을 귀향길을 따라 걸으며 오늘날에도 울림을 주는 그의 가르침을 되새겨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27일 오후 서울 경복궁에서 조선의 대유학자 퇴계 이황이 1569년 임금에게 사직 상소를 올리고 떠난 마지막 귀향길 재현 행사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27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마지막 귀향길 걷기 행사를 통해 실천과 공경, 배려, 존중의 선비 정신을 실천할 것”이라며 “서원을 통한 지방 인재 양성, 지역공동체 형성 등 지방시대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신 퇴계 선생의 가르침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귀향길 재현 행사’는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2019년 도산서원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주최로 열린 행사는 이듬해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인원을 줄이고 유튜브 등을 활용한 원거리 중계 방식으로 재개했다.

올해는 초중고생 17명, 성인 13명, 안동시 관계자 등을 포함해 45명이 함께 걷는다. 퇴계학을 공부하는 학자뿐 아니라 다른 학파의 후손, 기독교인, 모녀가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참가자들은 내달 9일까지 하루 평균 20㎞ 이상을 걸을 예정이다. 현 동호대교 인근인 두뭇개 나루터부터 경기 여주 배개나루, 충북 충주 가흥창, 제천 청풍 관아, 경북 영주 죽령 옛길 등을 거쳐 5개 광역 시도와 17개 시군구를 지난다.

퇴계의 사상과 학문 세계를 배울 기회도 마련했다. 정순우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배병삼 영산대 교수, 강구율 동양대 교수 등이 일일 강사로 나선다. 퇴계가 왜 서원 운동을 펼쳤는지, 당시 조선의 선비 사회가 어떠했는지 배울 수 있다. 영주 이산서원에서는 퇴계가 지은 시조인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을 소재로 한 공연을 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학문 수양의 의지도 느껴볼 수 있다. 퇴계의 가르침이 남아있는 도산서원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날 오후 경복궁 사정전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치억 퇴계 종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도지사는 “퇴계 선생이 바라던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을 위해 나와 너와 우리가 무엇을 깨닫고 어떤 행동을 지향해야할지 생각하는 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퇴계의 귀향길 여정(사진=경북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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