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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위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시민분향소 조문 후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옆 골목 현장으로 이동했다. 민주당 소속 우상호 특위 위원장을 참사 골목 중앙에 들어서서 “지금부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선포했다.
우 위원장은 마이크를 잡고 ‘국조 개시’를 알렸지만 거의 들리지 않았다. 첫 국정조사 현장조사였던 만큼 약 100여 명의 유족과 시민, 유튜버들이 좁은 골목에 몰리면서 현장은 금세 아비규환이 되면서다. 인파에 밀려 두 팔을 들고 자신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야만 한 걸음을 뗄 수 있을 정도였다. 현장 속 한 시민은 “우리도 압사 당하겠어요! 제발 밀지 마세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날의 공포심을 떠오르게 했다.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달 24일 국정조사 계획서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특위가 구성된 지 약 한 달 만에 겨우 발을 뗐기에 관심이 쏠렸던 상황이다. 수많은 취재진과 진상규명을 촉구한 유족, 유튜버들이 몰릴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위위원들은 자신들의 조사에만 몰두한 채 골목 뒤 환경은 외면했다.
더구나 이날은 ‘폭설’이 예고된 날이었다. 이미 현장이 위험한 상황에서 기상 악화로 조사가 어려운 와중에 모든 사람을 좁은 참사 현장의 골목으로 끌고 들어갈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신중히 검토한 후 정해진 공간에서 조사 결과를 브리핑 해주는 방향으로 충분히 안전하게 첫 조사를 이뤄나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특위위원들은 소방·경찰당국의 현장 브리핑을 듣느라 여념이 없었다. 경찰은 유족과 시민의 시야마저 막았다. 경찰은 일렬로 줄지어 특위위원들과 시민 사이 벽을 만들었다. 안전을 위한 일이었지만 “너무 늦었다. 한 달이 넘어서 국조를 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유족의 목소리가 경찰의 벽을 뚫고 특위위원들의 귀에 꽂혔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찾기 위한 첫 날이었다. 참사 이후 그렇게 너도나도 ‘안전’을 외쳤지만 정작 안전은 찾아볼 수 없는 현장조사였다. 특위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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