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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포비아…느려지는 한타의 한온시스템 인수 시계

이다원 기자I 2024.08.12 16:58:28

한타, 한앤코와 SPA 체결 무기한 연기
기업가치 ‘너무 비싸다’ 반대론 부상
캐즘 여파에 한온시스템 기업가치↓
경쟁당국 승인 촉각…해 넘길 가능성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018880) 인수 시계가 느려지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에 포비아(공포감)까지 확산하면서 한온시스템 기업가치가 높게 책정됐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이사회 내부에서 한온시스템 인수에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에 대한 확실한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와 사모펀드(PE)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맺기로 했던 주식매매계약(SPA) 본계약 체결 시한은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 3일로 예상했던 유상증자 납입도 함께 미뤄졌다. 다만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는 이에 대해 “현재 인수 협상을 진행중에 있다”며 무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앞서 한국타이어는 지난 5월 3일 한앤코 보유 지분 25%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는 신주 6514만4960주(12.2%) 등을 확보해 한온시스템 지분 총 50.53%를 확보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2014년 1조800억원을 투입해 19.5%의 지분을 확보, 2대 주주 자리에 오른 지 10년 만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주도로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이어진 인수 과정에서 한온시스템 기업가치를 놓고 시각차가 발생했다. 당시 한국타이어는 한앤코 보유 지분 1억3345만주를 주당 1만250원에,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한 신주는 주당 5605원에 각각 취득키로 했는데, 그 이후 한온시스템 주가가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주가(주당 3985원)로 보면 한국타이어는 한앤코에 주당 160% 수준의 프리미엄을 내는 셈이다. 증권가는 한온시스템 평균 인수 단가가 8700~8800원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현재 주가와 괴리가 있는 만큼 한국타이어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또 10주가량 진행한 현장 실사 과정에서 한온시스템 측의 우발부채가 발견되기도 했다.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 여부도 관건이다. 현재 승인 결정을 내린 곳은 유럽연합(EU)뿐으로 미국·중국·인도네시아·헝가리 등이 남아 있다. 업계 안팎에서 인수가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는 이유다.

양 사의 인수 시너지를 위해서는 한온시스템의 수익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포비아 등으로 기대했던 전동화 전환이 더뎌지면서 한온시스템 실적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올해 2분기 한온시스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1% 감소한 715억8100만원에 그쳤다. 당초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열 관리 시스템 솔루션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한 한온시스템을 통해 전기차 부품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다는 판단에 인수를 진행했다.

다만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타이어가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 포트폴리오 확대 관점에서 한국타이어에게 이번 딜(인수)은 중요하다”며 “조현범 회장의 의사가 반영된 만큼 현재로선 시일이 걸리더라도 인수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협상 과정에서 양측이 어떤 조율에 나설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온시스템 CI. (사진=한온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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