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태양광 공급과잉 주의보…우유회사까지 뛰어들어

박종화 기자I 2023.11.13 14:48:13

태양광 패널 가격, 연초보다 40% 하락
中정부 대형투자에 보석·장남감회사도 너도나도 진출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중국 대형 유제품 회사인 황스그룹(로열그룹)은 지난여름 회사가 새로 추진하는 세 가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젖소 1만마리 규모 농장, 유제품 공장과 함께 태양전지·패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황스그룹은 태양전지·패널공장 설립에 15억달러(약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축산업과 태양광 발전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태양광 기술을 보급해 농가가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이도록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중국 간쑤성의 태양광 발전 시설.(사진=AFP)


태양광 바람에 뛰어든 타업종 기업은 황스그룹만이 아니다. 보석 판매 회사인 저장밍파이주바오(명패주보)도 지난 2월 태양전지 공장에 1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장난감 회사인 무방가오커(무방하이테크·목방고과) 역시 지방정부와 합작으로 총 6억6000만달러(약 8700억원)을 투자해 태양전지 공장을 짓겠다고 나섰다.

태양광 업계에 중국발(發) 공급과잉 주의보가 켜졌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다른 업종 기업까지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이 같은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 중국은 물론 전 세계 태양광 업계에도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너지 정보회사 OPIS 데이터를 인용해 올 들어 태양광 패널 가격이 40% 하락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도 연초와 비교하면 반 토막이 됐다.

WSJ은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과잉 공급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청정에너지 산업에 800억달러(약 106조원)을 투자했는데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노리고 기존 태양광 회사뿐 아니라 다른 업종 회사까지 태양광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의류와 가전, 부동산 등 70개 넘는 중국 상장사가 태양광 산업에 진출했다.

이 같은 상황에 중국 내에서도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최대 태양광회사인 론지는 지난 8월 반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업계 전체가 서바이벌 게임(knockout round)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이양 중국태양광산업협회 사무차장 등은 지방정부가 태양광 투자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태양광 투자 바람은 다른 나라에까지 충격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 규제가 거의 없는 유럽에서 그 충격이 더 크다. 가뜩이나 빡빡한 규제, 노동력 부족,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차에 중국산 저가 태양광 패널이 밀려들고 있어서다. 유럽태양광제조산업협회에 따르면 유럽에서 중국산 태양광 패널은 유럽산 생산 원가의 절반 정도 가격에 시판되고 있다.

WSJ은 “일부 기업은 ‘녹색 거품’이 터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의 많은 태양광 회사는 손실·파산 위험에 몰린 가운데 그 여파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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