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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1·2위 국가인 미국의 수입 감소와 중국의 수출 침체는 글로벌 경제가 약화 국면에 진입했음을 반영하지만, 더욱 커다란 흐름인 탈(脫)세계화 및 블록화가 심화하는 징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수출이 줄어든 것은 글로벌 수요 약화 영향도 있지만, 미국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인 영향도 크다는 얘기다. 이는 일부 경제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의 수입은 전년 동기대비 4% 감소한 반면, 수출은 2.6% 증가했다. 6월 수입은 5월보다 1% 감소한 3130억달러로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WSJ은 “지난 수십년 동안 세계 경제의 통합이 진행됐지만, 이젠 미국·유럽 등 서방 선진국과 중국·러시아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각각 정치적으로 동맹 관계인 국가들과 더 많이 거래하고 양측 간엔 덜 거래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이는 물가 상승 및 생산성 하락 등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선진국 성장률 둔화에 따른 글로벌 상품 수요 약화, 즉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및 이에 대응한 기준금리 인상이 현재의 경기둔화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지정학적 경쟁이 글로벌 무역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선진국 성장 둔화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지만, 지정학적 갈등 및 블록화 현상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무역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WSJ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및 관광 등 서비스 부문의 국제 교류가 상품 운송보다 활발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수입과 중국의 수출이 줄어든 것은 양측을 중심으로 블록화 및 무역 단절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엔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더 많은 무역 장벽이 세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글로벌 무역이 다소 회복하겠지만 팬데믹 이전 20년 동안의 평균 성장세(4.9%)를 회복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무역 성장률이 2%로 작년 5.2%에서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역시 올해 무역 성장이 1.7%에 그칠 것으로 봤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월 말 관세와 제한적 규제 확산을 언급하며 “세계 각국이 서로에게 부과하는 무역 제한(규제)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직접투자 측면에서도 영향이 있으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