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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국군방첩사령부는 지난 5월 ‘국방 암호체계 양자내성화 추진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사업을 발주했다. 양자내성암호는 현재 쓰이고 있는 공개키암호 체계를 발전시킨 개념이다. 공개키암호는 인수분해·이산대수 등을 기반으로 구성돼 있다.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터로도 풀 수 없는 수학적 난제를 이용해 보안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양자내성암호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양자컴퓨터 기술 발전 속도가 가속화됨에 따라 기존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략 20~25년 후의 얘기지만 통상 암호체계를 전환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제적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기술 연구와 더불어 양자내성암호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한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방첩사 또한 조사·연구 내용을 기반으로 구체적 전략 수립에 나선다. 이번 연구 용역 사업을 수주한 기업은 양자내성암호 표준화 동향과 최신 공격기법을 조사해야 한다. 방첩사는 미국·영국·유럽 등 양자내성화를 착수한 국가의 추진전략과 국방 암호체계에 대한 양자컴퓨터 취약점 분석도 요청했다.
사업 목적으로는 국방혁신 기본계획 성공 뒷받침이 손꼽혔다. 국방혁신4.0 기본계획은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작성한 국방기획체계상 기획문서다. 국방기획지침, 합동군사전략서,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 국방 중기계획서 작성의 기준이다. 핵심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으로 군 체계와 전력을 재편하는 점이다.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도입 등 미래 안보환경에 부합하는 전략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양자내성암호 전환 추진은 무인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국방부는 무인체계 전력화를 위해 △네트워크 연동·표준 △보안 암호체계 등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국방부는 현행 법령과 제도 범위 내에서 자체 추진 가능한 양자내성화 추진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오는 2040년까지 추진할 양자내성암호 전환 로드맵과 예산안을 도출하는 점이 골자다.
군 관계자는 “군에서 추진 중인 국방개혁4.0 기본 계획의 핵심기술 중 하나가 양자”라며 “방첩사는 국방 보안전문기관으로서 양자컴퓨터 등 고도화되는 사이버 위협에 대비해 군사기밀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국가 양자내성암호 표준 공모전(KpqC) 참여 및 국방 암호체계 전환 연구용역 사업 등과 함께 용역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정원에서 암호체계 전환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는 등 양자 기술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