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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지분율 낮아지면 대출금 회수…삼바의 이상한(?) 대출

박종오 기자I 2021.02.08 11:00:40

①태양광 사업 철수 전례…삼성도 안심 못 해
②‘갑’ 삼성에 계열사 채무보증 요구 어려워
③외국계 은행, 깐깐한 약정이 기본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삼성그룹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바)의 금융기관 대출에 ‘특별 약정’이 붙어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그룹의 삼바 지분율이 일정 수준 밑으로 내려가면 대출 만기 전에 빌린 돈을 갚으라는 것이 이 약정의 핵심이다.

삼성그룹 지배 구조 개편 방안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은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028260)이 삼바 지분을 매각한 재원으로 삼성생명(032830)이 보유한 삼성전자(005930) 지분을 사들인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다.

채권 금융기관들은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미리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일까?

(그래픽= 이동훈 기자)


◇ 채권은행 “삼성그룹 지분율 하락하면 삼바 대출금 회수”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일본 미즈호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삼바에 약 1200억원을 대출해주고 있다. 대출은 원화 980억원과 미화 2000만 달러로 이뤄졌다.

눈에 띄는 것은 이 대출에 별도의 약정이 체결돼 있다는 점이다.

미즈호은행은 삼성물산·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삼바 보통주 지분율이 60% 미만으로 내려가면 삼바에 대출금 조기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SMBC도 삼성그룹의 삼바 지분율이 50% 이하로 내려가거나 삼성물산의 삼바 지분율이 30%를 밑돌면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런 약정을 맺은 것은 외국계 은행뿐 아니다.

KB국민은행도 과거 삼바에 시설 자금 1100억원을 대출해주며 “삼성그룹이 삼바를 그룹 계열사로 두고 현재의 대주주가 경영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약정을 붙였다.

삼바는 현재 삼성물산이 지분 43.44%(이하 지난해 9월 말 기준)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지분율 31.49%), 삼성생명(0.08%) 등 삼성그룹 계열사가 전체 지분의 약 75%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 금융기관들의 요구사항은 쉽게 말해 “삼성그룹이 삼바 지분을 팔아 그룹 계열사에서 제외시키면 만기 전이라도 빌려준 돈을 돌려받겠다”는 것이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 대출금 회수 안전장치…삼성 지배구조 개편과는 무관

금융회사들은 왜 이런 요구를 할까? 금융권에 따르면 그 이유는 크게 셋으로 요약된다.

우선 “삼성에 빌려준 돈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첫째 이유다.

한 채권 금융기관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10여 년 전 태양광을 바이오 등과 함께 5대 신사업으로 정해 SMP라는 회사까지 설립했으나 사업 철수로 대출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한 적이 있다”며 “신사업을 벌이다 계열사를 처분하게 되면 채권 금융기관에 미리 통지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앞서 지난 2010년 태양광, 바이오·제약, 전기차 배터리, 의료기기, 발광 다이오드(LED)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5대 신수종 사업’을 선정했다. 그룹 계열사인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은 이를 위해 2011년 미국 태양광 업체인 선에디슨과 합작 법인 SMP를 세웠다.

그러나 이후 삼성그룹이 태양광 사업에서 손을 떼며 삼성만 믿고 SMP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이 대출금을 떼였다는 것이다. SMP는 삼성그룹이 삼성정밀화학을 롯데그룹에 매각한 이후인 지난 2016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바 있다.

그렇다고 금융기관이 삼바에 대출해주며 삼성그룹 계열사에 신용 보강을 위한 채무 보증을 서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 우량 기업인 삼성에 돈 빌려주겠다는 금융사가 줄을 선 마당에 사실상의 ‘갑’인 대출자에게 깐깐한 조건을 붙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만든 표준 대출 약정서를 사용하는 한국의 은행과 달리 외국계 은행은 원래부터 특별 약정 사항을 깨알 같이 넣은 수십 페이지 분량의 복잡한 대출 약정서를 사용한다”며 “삼바 대출의 약정도 외국계 은행 대출 약정서에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조항일 뿐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과는 관련이 없다”고 귀띔했다.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 시나리오 중 하나는 삼성물산이 삼바 보유 지분을 처분한 돈으로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한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다. 이는 정치권에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 매각을 강제하는 보험업법 개정이 논의되며 현실화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삼바 대출에 삼성그룹의 지분율 유지 조건을 단 것은 이 같은 지배 구조 개편 전망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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