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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유가 가격을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원유 수출 물량을 대폭 줄일 예정이라고 석유수출국기구(오펙·OPEC) 관계자를 인용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단 이달 말까지 원유 수출 규모를 하루 평균 710만배럴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보면 하루 평균 80만 배럴까지 줄이는 것이다. 이 소식으로 국제 유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17%(0.56달러) 오른 48.5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도 0.47%(0.27달러) 뛴 57.33달러를 기록했다.
사우디가 유가 올리기에 나서는 이유는 올해 정부 지출이 작년보다 7%가량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18일 사우디 재무부는 2019년 예산안 내 정부지출 규모를 1조1060억리얄(약 331조7000억원)로 전년 대비 7% 확대했다고 밝혔다. 당시 유가는 10월 이후 두 달 사이 40% 가까이 곤두박질쳤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정 지출 규모를 오히려 늘린 것이다.
정부 지출이 늘어난 이유는 각종 복지 혜택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사우디 왕실은 작년 1월부터 지급 중인 시민 생계수당은 물론 왕족수당, 공무원이나 군인에게 지급되는 연금 수당, 사회보장연금수당 등을 폐지하지 않기로 했다. 또 올해부터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10% 더 주기로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우디가 재정 적자 수준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아래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각종 수당을 폐지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우디 정부는 오히려 재정 적자를 늘리는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사우디 재무부는 올해 재정수지적자가 GDP 대비 4.2%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우디가 복지 혜택을 늘리는 이유는 왕실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크다. 특히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과 관련해 빈살만 왕세자에 비난이 몰리고 있는 것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터키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지난 10월2일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그를 기다린 사우디 ‘암살조’에 의해 살해됐다. 그러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우디 정부도 살해 사실은 시인했으나 누가 지시했는지는 입을 다물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해 유가 하락에도 이렇다 할 감산에 나서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펙을 향해 유가가 비싸다고 연일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이 이란 제재로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감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금세 바뀌었다. 오펙은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에 대비해 미리 공급량을 늘려놨지만, 이란 제재 관련 이란산 원유 수입국에 대한 한시적 유예가 결정되면서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가 됐다. 여기에 미국은 계속 셰일오일 생산을 늘리며 가격을 압박했다.
이에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자마자 사우디는 감산을 결정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아 유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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