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등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7일 저녁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영장 심사 결과는 주말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론 헌정사상 처음으로 체포·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
◇탄핵 심판서도 부정선거론 주장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 측은 연일 부정선거론을 제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법률 대리인인 배진한 변호사는 전날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에서 “윤 대통령은 그동안 부정선거에 대한 제보를 워낙 많이 받았다”며 “부정선거로 의심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을 밝히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지 관리 부실과 해킹 가능성, 선거결과 조작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2020년 총선을 전후해 선거연수원에 체류했던 중국인 명단 등에 대한 사실조회를 헌재에 요청했다. 윤 대통령 측이 향후 탄핵 심판과 내란죄 재판에서 부정선거론을 쟁점으로 삼겠다는 걸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 본인도 15일 공개된 서한에서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전엔 선관위의 전산시스템 보안만 문제 삼았지만 이날은 ‘가짜 투표지’ 투입 의혹과 다른 나라의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는데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특정인을 지목해서 부정선거를 처벌할 증거가 부족하다 하여 부정선거를 음모론으로 일축할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부정선거론을 내세우는 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군을 동원해 선관위를 장악하고 선관위 직원들을 불법 체포·구금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강압으로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건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
부정선거론 등을 앞세운 여론전은 윤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도 결집시키고 있다. 한국갤럽이 14~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한 주 전 32%에서 이번 주 36%로 늘었다. 특히 자신의 정치 성향이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는 73%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선관위 “부정선거론 선동, 선거제 근간 흔들어”
중앙선관위는 윤 대통령 서한이 공개된 직후 윤 대통령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선관위는 “개표결과는 선거통계시스템과 방송사를 통해 실시간으로 일반국민에게 공개되며 개표상황표사본을 개표소에 게시하거나 참관인 등에게 제공하여 개표소 안에서 실시간으로 개표결과를 확인·대조할 수 있다”며 “선관위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선거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단편적인 면만을 부각하여 투·개표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부정선거 여론을 선동하는 것은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혼란을 일으키는 행위”라고 했다. 전산으로 투표 결과를 조작하더라도 실물 투표지 개표 결과와 다르면 조작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게 선관위 설명이다.
한국선거학회 회장을 지낸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는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나 시스템의 오류의 문제가 없는 걸로 안다”며 “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이 통치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돌파하려는 방안으로서 부정선거론을 확신·확신한 걸로 본다”고 했다. 그는 “지금 부정선거론을 믿는 국민이 많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10%가 계속 극단적인 부정선거론을 얘기한다면 체제를 불안하게 할 수 있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