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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대신 고액 알바” 잔소리 방공호 찾는 취준생들

김형환 기자I 2024.09.11 14:02:22

취준생 5명 중 2명 “단기 알바 계획”
“잔소리 스트레스 싫어”…각종 수당까지
구인구직 올리자마자 3~4명 연락오기도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5일간 이어지는 긴 추석 연휴에 취업준비생들은 고향 대신 하반기 취업을 준비하며 단기간에 목돈을 벌 수 있는 단기 아르바이트(알바)를 찾고 있다. 고향에서 취업 관련 잔소리로 스트레스를 받기 보단 각종 수당으로 단기간 목돈을 벌 수 있는 명절 알바를 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1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채용박람회 ‘2024 이화 잡 페어‘를 찾은 학생들이 구직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지난 10일 구인구직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 않은 회원 21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1.5%가 ‘추석 연휴에 (단기) 알바를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알바생 13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78%가 추석 연휴에 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알바천국에 ‘추석 단기’로 검색할 경우 1300여건의 추석 기간 단기 아르바이트 구인글이 나온다. 이들 대부분은 추석에도 문을 여는 물류업체나 편의점, 대형마트, 떡집 등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편의점 알바다. 편의점 알바의 경우 보통 최저임금을 지급하지만 추석 기간의 경우 최저시급보다 1000~2000원 가량 높은 수준으로 급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같은 알바에 대해 특히 취준생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하반기 예정된 공채 준비를 하며 꽤 많은 목돈을 가져가기 좋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이모(27)씨 역시 최근 설 명절 기간 오후 8시부터 오전 8시까지 근무하는 편의점 야간 알바를 구했다. 이렇게 6일(연휴 전날 포함) 동안 그가 벌어가는 돈은 79만 2000원, 이 자금을 취업 준비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씨는 “고향에 가면 가족들이 취업 관련 이야기를 안 하려고 해도 관련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받아 날카로워 진다”며 “차라리 이렇게 돈을 바짝 벌어놓고 취업을 위해 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0일 구인구직 전문 포털 ‘알바천국’에 ‘추석 단기’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결과물. (사진=알바천국 캡처)
실제로 이씨처럼 명절 기간을 이용해 생활비를 버는 취준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명절 기간 나오는 휴일수당을 통해 목돈을 벌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 유통업체 물류센터 단기 알바를 지원하고 있는 정모(25)씨는 “명절 때는 기본 시급의 1.5배가 나오고 주휴수당까지 나오니 조금만 일해도 목돈을 벌어갈 수 있다”며 “괜히 명절 때 내려가서 잔소리로 스트레스 받을 바에 이렇게 주간에 알바를 하고 밤 시간대에 자기소개서 등 취업 준비를 하는 게 훨씬 낫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알바를 구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단기 알바에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1명을 구하는 알바 구인글에 올린지 1시간도 안 돼 3~4명이 문의 연락이 오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부산에서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글을 올리자마자 문의 전화가 쏟아져 일찌감치 구인을 완료한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힘을 좀 쓰는 친구가 필요해 20대 중후반에 젊은 남자로 구했다”고 설명했다.

알바가 아닌 취업 준비를 위한 공부를 택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각 어학원 등에서 제공하는 ‘명절대피소’를 찾거나 추석 당일에도 여는 스터디카페를 찾고 있었다. 명절대피소란 어학원 등 사설 학원이 주말에 강의실을 제공해 자습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명절대피소를 운영하는 학원 관계자는 “3년 넘게 명절대피소를 운영 중인데 원생들의 반응이 좋다”며 “이번 설에도 운영할 예정인데 벌써 문의하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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