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경제와 직결된다고 봅니다. 연금·노동·교육개혁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하겠지만 국민의 어려운 상황을 알아서 잘 해결해주는 경제정책에 초점을 맞춰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서병수 의원)
국민의힘 중진 의원이 12일 당 지도부를 만나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기현 체제’가 출범한 지 한 달을 갓 넘기는 동안 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입법 공세가 쏟아지는 엄중한 상황에서 당내 기강을 바로잡고 정책 면에서 주도권을 쥐고 국회에 대처할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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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에서 정우택 부의장(5선·충북 청주상당)은 “집권여당의 품격에 맞지 않는 언행이 이뤄지지 못하면 현장에서 뛰는 당원들이 힘들어 한다”며 언행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는 최근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및 제주 4·3사건 등 관련해 잇달아 실언하며 한 달 동안 자숙에 들어간 김재원 최고위원,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발언을 해 논란이 됐던 조수진 최고위원 등을 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문표 의원(4선·충남 홍성예산) 역시 극우 성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0만~30만 당원을 심어 그 힘으로 (국민의힘이) 버틴다’는 발언을 인용하면서 “당론으로 결정해 빨리 수습해야지, 목사 손아귀에 움직이는 당이 돼선 안된다”고 일갈했다.
직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5선·충남 공주부여청양)은 현 지도부의 사명으로 총선 승리를 꼽으며 “총선 승리의 특별한 공식은 없고 첫째도, 둘째도 100만 당원이 일치 단결하고 혼연일체돼 집권여당으로서 책임과 사명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4월 치러질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1년 앞둔 지금,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중진 의원들은 입을 모았다. 정 의원은 “총선에서 결국 어떤 인물을 내세우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바로 인재영입위원회·인재발굴위원회를 구성해 가동시키고 이런 사람으로 미래에 대비하고자 한다는 청사진을 국민께 공개해야 한다”고 봤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주호영 의원(5선·대구 수성갑)도 인재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 “미리 사람을 찾아 준비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20·21대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 때문에 선거에 더 졌는데 이번엔 공천 원칙을 빨리 확정해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적용할 데이터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제적으로 치고나가야”…정책위에 당부
집권여당으로서 정책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중진 의원의 진단이었다. 홍문표 의원은 “정책은 국민이 먹고사는 사안으로 당이 심사숙고해 선수 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며 “한 걸음 앞서가는 정책을 놓고 대책을 세우지 않아 끌려가는 모습은 국민이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래세대를 책임질 청년청 신설도 제안했다.
정우택 부의장은 “정책위원회가 고삐를 바짝 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농촌이나 운수업계 등이 시달리는 인력 부족이나 14개월째 지속한 무역적자 등을 지적한 그는 “각 부처를 총동원해 어느 분야에 국민의 애로사항이 있는지 파악하고 당이 주도권을 쥐고 움직여야 한다”며 “당이 강공 드라이브를 걸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상현 의원(4선·인천 동미추홀을)은 미국 정보당국의 도·감청 사태와 관련해 비공식적으로라도 사실관계 파악이나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을 촉구했고 조경태 의원(5선·부산 사하을)은 국회의원 정수 축소와 비례대표제 폐지를 추진해줄 것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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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리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내년 총선에 임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민생을 잘 챙긴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권여당이 지켜야 할 윤리기준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측면에서도 우리 당 기강을 세우는 데 중진 의원이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원내대표로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첫걸음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방어하는 데 급급하기보다 집권여당으로서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 정책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라며 “앞으로 대야 협상 과정에서 중진 의원 의견을 많이 구하겠다”고 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지도부 구성원으로서 여러 언행으로 당 지도부에 부담을 준 데 대해 미안하다”며 중진 의원들에게 “김기현 대표를 뜬금없이, 구체적 근거 없이 흔들고 있는데 경륜 있는 중진 의원이 앞장서 보호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민생과 정책이라는 인식 아래 정책 드라이브를 주도적으로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기현 대표는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지도부 언행에 대한 징계 여부에 대해 “잘 참고하겠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