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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전기는 국내에서 전선과 전력기기(변압기)를 동시에 제조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154kV 이상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4개사 가운데 한 곳이다. 그동안 중동과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 매출을 확대해왔으며, 이번 영국 수주를 계기로 유럽 시장에도 본격 진출하게 됐다.
영국은 현재 국내 전선·전력기기 기업들의 핵심 수주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송배전 인프라 현대화를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따라 추진하며 노후 전력망 교체와 신규 송전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지중 및 해저케이블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어 관련 사업 기회가 확대되는 시장이다. 대한전선도 올해 상반기에만 영국에서 4건의 사업을 수주하며 약 1,000억 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이 가운데 스코틀랜드 북부 지역 132kV급 송전선로 구축 프로젝트는 글로벌 인프라 기업 발포어 비티가 발주한 약 650억 원 규모 사업이다.
일진전기의 실적 성장은 이미 가파른 궤적을 보이고 있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2조446억 원, 영업이익은 1,5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0%, 90% 증가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초고압 변압기 수출 확대와 해외 매출 다변화 전략이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끌었다는 평가다. 해외 매출은 2023년 3,196억 원에서 2024년 5,327억 원으로 67% 늘었으며, 2025년에도 중동·유럽 수출 증가로 성장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약 18억706만 달러(약 2조6,071억 원)에 달한다.
국내 시장에서도 대형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일진전기는 전남 영광군에서 추진되는 90MW 규모 태양광 발전단지의 송전선로 건설 공사를 약 1,100억 원에 수주했다. 영광에서 함평을 거쳐 광주광역시까지 약 54km 구간에 송전선로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국내 민간 시장 최대 규모의 송전선로 공사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대응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유럽 전력 시장의 구조적 성장은 국내 전선·전력기기 기업들에 장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50년 기후 중립 달성을 위해 전력망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으며, 영국은 2035년까지 전력 부문 탈탄소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시장은 케이블 산업의 본고장으로 넥산스(프랑스), 프라이스미안(이탈리아) 등 현지 대형 기업들이 오랫동안 장악해왔지만,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연계 전력망 수요가 기존 공급 능력을 넘어서면서 한국 기업들에도 진입 기회가 열리고 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진전기에 대해 “실적 개선의 핵심은 초고압 케이블 중심의 제품 믹스 변화이며, 수익성이 향상되는 추세가 뚜렷하다”며 “현재 수요가 여전히 강한 구간이고 공급 부족 환경이 지속되면서 2~3년치 수주잔고를 이미 확보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일진전기는 올해 공장 가동률을 9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추가 공장 건설과 설비 투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켓잉크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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