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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례는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제도가 시행된 이후 해외입양인과 한국 가족이 상봉한 다섯 번째 사례다.
이애연씨는 지난 1980년 박동수씨를 포함한 4남매를 경남 김해의 큰집에 잠시 맡겼고, 박씨는 5살이던 1984년 어머니를 찾으러 간다며 집을 나갔다가 실종됐다. 이후 보호시설과 입양기관을 거쳐 1985년 미국으로 입양됐다.
박씨는 미국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1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헤어진 가족을 찾고자 입양기관(대한사회복지회)을 찾아갔으나, 확인한 입양기록에는 가족 찾기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없었고 결국 미국으로 귀국했다.
이후 2012년 재입국해 계명대 어학당을 다니던 중, 유전자검사를 통한 가족 찾기에 희망을 품고 담당 경찰서를 방문해 유전자를 채취했다. 그러나 당시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채 2016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한편, 박씨의 친형인 박진수씨는 2021년 10월 박씨와 여동생 박진미씨의 실종신고를 했고, 모친 이씨의 디엔에이(DNA)를 채취했다. 이듬해 2022년 8월 박씨와 이씨가 친자관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박씨는 미국에 거주했고, 2012년 계명대 어학당 재학 시 사용했던 전자메일 주소 외에 남은 연락처가 없어 소재를 알 수 없었다.
이에 제주경찰청은 장기실종 중인 박씨의 소재 확인을 위해 제주경찰청 소속 미제수사팀으로 사건을 이관해 집중수사를 벌였다.
수사팀은 출입국관리청과의 협조와 누리 소통망을 활용한 조사로 박씨의 미국 내 과거 거주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경찰청을 통해 주 시카고 대한민국 총영사관과 협조한 끝에 박씨의 최종 소재지를 파악했다. 이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차 감정 결과에 따라 올해 2월 가족임이 최종 확인됐다.
경찰청은 박씨와 가족들의 상봉을 주선해 일정과 장소·방식 등을 조율했다. 상봉식은 당장 입국이 곤란한 박씨가 화상으로라도 먼저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모친 이씨가 현재 입소중인 요양 시설에서 화상으로 진행됐다.
박씨는 “친가족과 재회하게 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신 경찰, 영사관, 아동권리보장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지금도 한국의 유전자 검사제도를 모르는 해외입양인들이 많다. 나의 사례를 널리 알려 유전자검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해외입양인들이 이 제도를 통해 나처럼 오랜 염원을 이룰 기회를 얻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형 박진수씨도 “하루빨리 동생을 찾을 수 있게 해달라며 날마다 기도했는데, 유전자검사 제도 덕분에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며 “아직 찾지 못한 여동생(박진미, 77년생)도 찾을 수 있도록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유전자 분석 제도는 첨단 유전기술을 통해 장기실종아동 등을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로서, 이번 사례가 더 많은 실종아동을 찾게 되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경찰은 장기실종아동 발견을 위해 유전자검사 고도화 등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