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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의 역습…'방어막' 환헤지가 독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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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엄 기자I 2026.04.29 08:03:03

[구조적 덫 빠진 해외리츠]③
안정적 배당 위한 파생상품, 1400원대 고환율에 유동성 뇌관 변질
제이알글로벌리츠, 당기 파생부채 1350억…855억 정산 대기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233억 환정산금 폭탄에 부담 확대
현금 조달해도 파생상품이 흡수…‘밑빠진 독’ 구조적 한계 노출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해외 부동산 리츠(REITs)가 설정해 둔 환헷지(Hedge·위험회피) 계약이 오히려 유동성을 말라붙게 하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율 변동으로부터 투자자들의 배당을 방어하기 위해 체결한 파생상품 계약이 강달러 장기화와 맞물리며 리츠의 현금을 대거 소진시키는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성격으로 변질됐다는 설명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외 자산을 편입한 상장 리츠들이 고환율 고착화로 인해 대규모 환정산금 청구서를 받아 들고 있다.

환헷지는 해외 리츠가 현지에서 수취하는 임대료(외화)를 국내 투자자에게 배당(원화)할 때 발생하는 환율 변동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 주로 활용된다. 통상 리츠는 금융기관과 통화스왑(CRS)이나 선물환 계약을 맺고, 미래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해둔 고정 환율로 외화를 원화로 바꾸기로 약정한다.

문제는 최근처럼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환경이 장기간 이어질 때 발생한다. 리츠가 과거 저환율 시기에 고정 환율 계약을 맺었는데, 현재 시장 환율이 1400원대 이상으로 치솟을 경우 계약 상대방인 금융기관에 그 차액만큼을 현금으로 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리스크 완충 장치로 여겨졌던 파생상품이 사실상 막대한 현금 유출을 강제하는 채무로 역전된 셈이다.

실제 회생신청에 돌입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환헷지의 역설에 빠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파생상품 평가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350억원 규모로 전년 1044억원 대비 300억원 이상 급증했다. 환율 상승에 따라 금융기관에 지급해야 할 잠재적 빚이 그만큼 불어났다는 의미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당장의 현금 유출 규모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1년 이내에 정산해야 할 유로화 매도선물환 부채는 855억원에 달한다. 당장 다음 달 초 도래하는 스왑계약 환정산일이 단기 유동성 압박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이유다.

장부상 자본 훼손도 심각하다. 환율 상승과 유로화 자산가치 하락이 맞물리며 현금흐름위험회피회계 적용에 따른 세후기타포괄손익 손실액만 890억원 발생했다. 이는 리츠의 재무 건전성을 갉아먹고 신용등급 강등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도 지난해 1200원대에서 체결한 환헷지 계약의 영향으로 약 233억원 규모의 대규모 환정산금을 내야할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이후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해외 부동산 지분을 매각해 헷지 규모를 줄이고 예상 정산금을 230억원에서 183억원 정도로 낮췄고 최종 106억원의 예상치 못한 막대한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환헷지 사태가 운용사들의 안일한 낙관론과 경직된 가이드라인이 맞물려 빚어낸 ‘구조적 참사’라는 진단이 나온다.

과거 상장 리츠들은 일반 투자자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환율 변동과 무관한 안정적 고정 배당’을 핵심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웠다. 여기에 관계 당국마저 장기 투자하는 리츠 특성을 고려해 설립 인가 시 환헷지 비율 100%를 권고하면서, 상장 리츠 대부분이 원금과 배당 수익 전액에 100% 환헷지를 적용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환율이 예상 평균 밴드 내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제 아래 설계된 기형적 구조였던 만큼, 1400원대 환율이 고착화된 현시점의 대규모 현금 유출에 대한 대비책은 전무했던 셈이다.

이같은 구조적 리스크가 막대한 유동성 압박으로 가시화되자 당국도 뒤늦게 수습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한국리츠협회와 자산운용사들에 투자자 보호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환헷지 비율을 자율에 맡기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강제 규정은 아니었으나 사실상 100% 헷지를 강제했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미 대다수 상장 리츠가 100% 비율로 장기 파생상품 계약을 맺어둔 데다, 해외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내준 현지 대주단이 현금흐름 안정성을 이유로 환헷지를 대출 약정(Covenant)으로 강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병철 충북대 회계학과 교수는 “환헷지 목적의 파생상품 계약은 당장 현금 유출입이 없더라도 공정가치를 평가해 장부상 손실로 먼저 잡아야 하고, 계약 종료 시점에 이를 대규모 현금으로 정산해야 하는 구조”라며 “해외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강달러(환율 상승)로 상쇄할 수 있었음에도, 경직된 100% 환헷지 계약이 리츠를 이롭게 만들 수 있는 기회마저 원천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 관계자는 “애초에 헷지 비율이 자율이었다면 리츠들이 지금처럼 유동성 위기를 자초할 만큼 극단적인 100% 포지션을 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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