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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은 오전부터 숨진 A교사를 추모하는 조화가 가득했다. A씨를 애도하는 동료 교사들과 시민들의 발걸음이 종일 이어졌다. A씨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학생들과 동료들의 메시지도 빈틈없이 벽면을 채웠다. 정문 앞에 붙은 포스트잇에는 ‘선생님 편하게 쉬세요, 좋은 곳에서 쉬세요’, ‘사랑해요 선생님’, ‘후배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 비통함을 표하는 문구가 줄지어 붙었다.지난 18일 20대 교사 A씨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죽음으로 ‘흔들리는 교권’ 문제가 떠올랐다.
◇‘교권 침해’ 도화선 된 새내기 교사 죽음
A씨는 지난해 3월 임용된 새내기 교사로, 올해 서이초에서 1학년 담임을 맡았다. A씨의 죽음이 알려진 이후 A씨가 학교폭력 업무 담당자였으며 학생들 간 갈등이 발생해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악성적인 민원 등으로 고통을 받다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학교 측은 사망한 교사의 담당 업무가 학폭이 아니라 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였다며 해당 교사가 희망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교권 침해와 관련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상황에서 A씨의 죽음이 도화선으로 떠올랐다. 아직 A씨의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이 교권 침해에 대한 교사들의 공감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날 교사 단체와 동료 교사들은 이 학교를 찾아 “교권 침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모았다. 현장을 찾은 12년차 교사는 “이제 겨우 사회에 한 발을 내디딘 그이가 느꼈을 냉가슴에 치밀었을 분노를 누가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훈육이 아동학대로 둔갑하고 학부모의 민원이 빗발치는 현실에 교사의 인권은 어디에 있고 아이를 바르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정수경 전국초등교사노조위원장은 “학부모 민원 사항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 사건 하나만이 아니다. 학교 현장을 힘들게 만든 많은 교권침해 사안들의 연장선이라 본다”며 “정당한 교육·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기소가 되지 않게끔 해야 하고 이와 관련한 법이 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가 안전하게 교육활동 할 수 있는 대책 마련해야”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여러 추측성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해당 학교는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가 학생 간 갈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로부터 항의 등에 시달렸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층) 회장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숨진 교사가 학교폭력 담당 교사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고, 학부모가 정치인의 가족이라고 주장하는 등 추측성 이야기가 난무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의혹은 커지고 당국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이유와 원인을 철저히 수사하고 하루 속히 진상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과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도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교사노조에서 5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만5000여명의 응답자 중 4분의 1이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고 대답했다”며 “교사노조는 앞으로 교육청 및 정부 당국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이번 사안의 사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지 지속적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철저한 진상 조사와 안전하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며 “코로나19 이후 시한폭탄 같은 학급의 위기 상황을 우려하며 공동체적 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체계가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과 간담회에서 “교권침해 의혹이 사실이라면 교육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교사가 학교 안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과 관련해 심각한 교권침해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 두 사건이 아니라도 최근 다양한 형태의 교권과 수업권 침해, 교원의 생활지도를 무력화하는 악의적 민원과 고소고발이 빈번하다”며 “많은 교원단체에서 제기하는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 등을 개정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대로 왜곡되지 않는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