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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꾸준히 둔화하는 추세다. 지난달에는 3.3%까지 떨어져 2개월 연속 3%대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발표한 ‘물가 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6~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대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정부는 2%대 물가가 정책 기조를 경기 부양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보고 체감물가 끌어내리기에 총력을 모으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값 인하’ 발언을 시작으로 농식품부는 제분업체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밀가루 가격 인하를 압박 수위를 높였고, 결국 농심은 13년 만에 주력 제품의 출고가를 내렸다.
라면에 이어 과자, 빵 등 식품 업계 전반으로 가격 인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데다 국제 유가 안정세, 지난해 기저효과 등을 이유로 하반기 물가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올해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엘니뇨 현상이 관측되면서 농작물 작황 부진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서민 밥상에 자주 오르는 농산물이 장마, 무더위 등의 영향으로 수급이 어려워진다면 겨우 진정세를 보인 물가를 위협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이상기후가 농업부문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사상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던 2018년 여름철 배추(10㎏)와 무(20㎏) 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23.1%, 45.8% 뛰어올랐다. 포도(5㎏·47.1%)와 배(15㎏·15.2%) 등 계절 과일도 상승폭이 컸고, 닭고기(1㎏) 가격은 23.8% 오르며 폐사 등 생산성 저하를 반영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덮쳤던 2020년에는 9월 농출수산물가격이 전년 대비 13.5%나 뛰어올라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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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상청 정보에 기반해 올해 6~8월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염두에 두고 수급 계획을 짜고 있다”며 “보통 여름철 폭염과 폭우에 더 취약한 고랭지 지역를 중심으로 비축량 및 재배 면적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양념 채소류들은 수입 물량 계획을 조정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