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가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고 주거 빈민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주거권네트워크와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 등 시민단체는 27일 서울 종로구 국일 고시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참사는 되풀이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 등이 피해자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정부 등은 신속히 피해자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에게 지원된 6개월짜리 임대주택은 서울 외곽에 있어 생계를 위해 도심의 고시원에서 살았던 피해자들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고시원과 쪽방촌 등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주거 환경을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고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모든 국민이 최저 기준 이상의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시원 화재 같은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며 “정부는 노동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해 실시하듯 최저주거기준을 입법화해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화재 희생자들의 49재인 오늘까지도 우리 사회엔 집이 없거나 집답지 못한 곳에서 사는 이들을 위한 안전장치를 갖추지 못했다”며 “비주택 거주자의 주거권을 되찾는 싸움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주최 측은 국일고시원 앞 인도에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일일 분향소를 설치하고 이날 오후 49재와 추모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9일 새벽 5시쯤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있는 국일고시원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